삶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코어'의 기록
삼일절 대체 공휴일로 인한 3일간의 연휴였다.
금요일부터 시작된 감기가 지독했다.
약 기운에 취해 이틀을 거의 누워 지냈다.
잠은 깊었고 의식은 몽롱했다.
몸은 이불속으로 깊게 파묻혔다.
그저 가라앉아 있는 시간이었다.
감기가 어느 정도 물러나자 통증이 찾아왔다.
오늘 아침,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때
허리가 비명을 질렀다.
통증은 정직했다.
척추 마디마디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움직임이 멈춘 자리에 고통이 고였다.
허리 디스크는 20대 초반에 시작되었다.
어느덧 20년이 넘은 나의 친구다.
반가운 친구는 아니었으나
눈치 없게도, 그는 한 번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통증은 때때로 찾아와
내가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있음을 알려주곤 했다.
잊고 지냈던 몸의 존재감을 통증은 선명하게 일깨웠다.
아프지 않을 때 나는 오만했다.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면 자주 도망치고 싶었다.
시간이 빨리 흘러 모든 것이 정해진
노년의 평안에 닿기를 갈구했다.
아들이 대학을 마치고, 제 몫의 직업을 얻고,
가정을 꾸리는 풍경을 상상했다.
나는 그저 벌어놓은 돈으로 부족함 없이 지내는 삶을 꿈꿨다.
그때가 되면 몸의 약간의 불편함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허리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자의 헛된 몽상이었다.
오늘처럼 심하게 아프니 잊고 있던 고마움이 다시 싹튼다.
몸이 아프면 세상의 모든 계획이 부질없다.
건강한 것이 최고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뼈아픈 진리다.
허리는 지난 20년 동안 주기적으로 아팠으나,
최근에는 관리를 잘해서 큰 문제가 없었다.
허리 통증 관련 전문가인 정선근 교수님은 요추 전만을 유지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의 저서 『백년 허리』는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 역시 일상의 관리에 많은 도움을 준다.)
오늘 나는 다시 허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간 나를 묵묵히 지탱해 준 이 낡은 기둥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너는 나에게 무탈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존재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넨다.
이 글은 나를 지탱해 온 나의 허리를 위한 기록이다.
인생에도 '허리'가 있다.
코어(Core)라고 부르는 중심이다.
그것이 무너지면 삶의 자세가 흐트러진다.
잠깐 만나서 즐거운 사람과의 무의미한 시간은 가끔 필요할지도 모른다.
목적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허송세월하는 시간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삶의 중심을 잠식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중심을 잡는 일이다.
가족이라는 근육, 내가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들.
이것들이 나의 코어다.
이 중심이 단단해야 삶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다.
나쁜 자세를 버리고 삶의 요추 전만을 바로 세워야 한다.
비장한 미래를 꿈꾸기보다 오늘의 중심을 돌본다.
몸이 아프면 우주는 축소된다.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리는 거창한 미래는 그저 빈말에 불과하다.
오늘의 통증은 나를 다시 현재로 불러들였다.
나는 나의 허리를 믿는다.
그리고 내 삶의 중심을 다시 단단히 붙잡기로 한다.
비록 완벽할 순 없어도, 꼿꼿하게.
그것이 허리가 나에게 가르쳐준 생의 문법이다.
고맙다, 나의 허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