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조금 일찍 퇴근하며 떠올린 생각
어제는 일을 마치고 다섯 시쯤 회사에서 나왔다.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상사가 요청한 일도 남아 있었고
팀원이 부탁한 일도 남아 있었다.
그래도 금요일까지 해야 하는 일들은
모두 마무리했다.
데드라인이 있는 일은 하나도 밀리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일은 남아 있었다.
기한은 없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들.
누군가가 애매하게 부탁해 둔 일들이다.
회사에는 늘 그런 일이 있다.
완전히 끝났다고 말하기 어려운 일들.
그래서 일은 늘 조금씩 남아 있다.
퇴근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묘하게 마음이 걸렸다.
사람들은 아직 일을 하고 있었다.
먼저 나가는 것이 어쩐지 조금 불편했다.
이번 주에도 나는 정해진 근무 시간보다
몇 시간을 더 일했다.
그런데도 일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물론 약속한 일정은 지켰다.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런 기분은 처음이 아니다.
정해진 만큼 일했는데도
왠지 부족한 것 같은 느낌.
젊었을 때의 나는 이럴 때 더 남아서 일했다.
조금 더 하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일하면
조금 더 인정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느껴졌다.
그때는 그것이 성실함이라고 믿었다.
열심히 사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일은 하루 여덟 시간을 기준으로 계약되어 있다.
그 시간 동안 성실하게 일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닐까.
나에게도 회사 밖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일찍 퇴근하는 선택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려 한다.
그래도 마음 한편이 불편한 이유는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직도 어딘가에서
이런 생각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결국 보상받는다.
열심히 하면 결국 돌아온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믿어 온 생각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그 믿음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더 오래 남아 있는 사람이
더 성실한 사람처럼 보이던 시간.
조금 더 일하면
조금 더 인정받을 것 같던 시간.
그 믿음이 아직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어제 퇴근길에 다시 생각했다.
조금 덜 불안해도 괜찮다고.
조금 덜 증명하려 해도 괜찮다고.
그리고 조금 더 당당해져도 괜찮다고.
어쩌면 일은 이미 충분히 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마음이 아직 퇴근하지 못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