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니라, 삶의 안정에 대한 생각
얼마가 있으면 마음이 편해질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딱히 무언가를 사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냥 문득,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은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주말에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차 안에서 유튜브를 넘기다가
자산 이야기를 하는 영상을 하나 보았다.
한국에서 상위 10% 부자의 순자산은 어느 정도이고,
1%는 얼마라는 내용이었다.
설명은 분명했고 정리도 깔끔했다.
숫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하지만 그 숫자를 안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딘가
찝찝한 느낌이 남았다.
내가 원하는 게 그 숫자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무언가인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
나는 그렇게 많은 돈을
원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명품이나 좋은 차에
끌리는 마음도 없다.
비싼 차가 더 빠르기는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롤스로이스라고 해서 퇴근길 강남을
남들보다 빠르게 지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같은 신호등 앞에서 멈추고,
같은 정체 속에 앉아 있게 된다.
집도 비슷하다.
넓은 집에 산다고 해서
사람이 하는 일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냉장고를 열어보고,
다시 눕는다.
평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 동작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집의 크기가
삶의 크기를 바꾸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렇게 돈을 원할까.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라기보다,
그냥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원하는 것이 생겼을 때
망설이지 않아도 되는 상태.
갑자기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당황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어쩌면 돈 자체보다,
그런 여유의 감각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안에는
조금 다른 감정도
섞여 있는지 모른다.
돈이 많으면
남들보다 위에 있다는,
어떤 안심 같은 것.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회사에서는 평가로,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산으로.
사람들은 늘
자신의 위치를
숫자로 확인하며 살아간다.
상위 몇 퍼센트인지,
남들보다 앞에 있는지
뒤에 있는지.
그 숫자가 나쁘면 조급해지고,
좋으면 잠깐 안심했다가
또 다른 숫자를 찾는다.
하지만 삶이 그렇게 간단한 숫자로
설명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도 가끔 계산을 해본다.
한 달 생활비가 어느 정도인지.
일을 하지 않아도
그 생활이 유지되려면
얼마가 있어야 하는지.
딱히 대단한 삶이 아니어도 된다.
지금처럼, 그냥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은 삶.
엄청난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돈에 쪼들리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아등바등 버는 일에
삶의 대부분을 쓰고 싶지도 않다.
돈을 벌기 위해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이
어쩌면 이미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가능한 말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이 생각은 늘 조금 씁쓸하게 끝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정말 돈일까.
아니면, 돈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이 사라진 상태일까.
사람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삶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조용한 확신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