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 싸움이 있다
상무가 들어오면,
말이 길어지는 사람이 있다.
회의실 공기가 조금 달라진다.
나는 팀장으로 앉아 있었고
팀원들도 각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회의는 평소처럼 시작됐다.
자료는 이미 공유되어 있었고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팀원이 말을 꺼냈다.
준비는 잘 되어 있었다.
말이 길었지만 막히지는 않았고
상무도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 다음부터였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회의의 흐름이 그쪽으로 기울었다.
나는 중간에 몇 번 말을 보탰다.
정리를 하고 방향을 짚었다.
그런데 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 있었다.
내가 말할 때도
상무의 시선은 그 팀원에게 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말할 때도
시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말은 여러 사람이 했지만
흐름은 한 사람이 쥐고 있었다.
잠깐 생각이 스쳤다.
이걸 끊어야 하나.
그냥 두어도 되나.
조금 더 정리해서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하나.
그 팀원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에게 따로 공유하지 않았던 내용도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나는 그걸 들으면서 생각이 갈렸다.
왜 이걸 여기서 말하지.
지금 내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 감정이 그 팀원을 향한 건지
아니면 나 자신을 향한 건지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건 있었다.
그 순간 흐름은 내 쪽에 있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건 특별한 장면도 아니다.
직장에서는 자주 벌어진다.
누군가는 위를 보고 말하고
누군가는 그걸 의식하고
누군가는 그 사이에서 자리를 계산한다.
흐름은 생각보다 쉽게 움직인다.
말을 더 얹으면 가져올 수 있고
조금만 개입해도 다시 정리할 수 있다.
대신 그 과정이 번거롭다.
타이밍을 보고 말을 고르고 반응을 본다.
그날 나는 그걸 하지 않았다.
회의는 문제없이 끝났고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이 싸움은 계속된다는 것.
이런 자잘한 권력 싸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계속 신경 쓰다 보면
사람을 조금씩 지치게 만든다.
나는 그 피곤함을
굳이 해결하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비겁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 대신 조용히 돌아서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쌓기로 했다.
직급이 아니라 남는 것.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이건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인정하기 위한 일이다.
그리고 이 영역만큼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