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 저장한 문장들
호주에 와서 가족들과 페이스 타임을 하기 시작했다. 감정 표현을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쑥스러움도 많은지라 눈을 보면서 얘기하는 게 참 어색했다. 어쩔 수 없는 경상도 여자이기 때문일까 가족과 대화할 때는 더 그랬다.
한 번은 삼촌과 페이스 타임을 한 적이 있었다. 나에게 삼촌은 아빠보다 더 애틋한 사람인데,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마음 탓에 혼자서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삼촌에게 페이스 타임을 걸었다. 어색한 마음을 감추고자 조금 더 밝은 척을 했던 거 같다. 지내고 있는 방을 보여주고,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근황을 짧게 말했다.
나는 그날의 삼촌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온전히 응원하고, 사랑을 보내주던 그 따듯한 시선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랑 통화할 때 삼촌은 항상 이런 눈빛이었겠구나. 항상 이런 마음으로 내 삶을 지지해 주고, 응원해주고 있었구나. 그동안 머리로는 알았지만, 실감하지 못했던 깊은 사랑이 실감이 나서 그날 저녁 한참을 울었던 거 같다. 그동안 내가 벽을 만들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요즘도 나는 가족들과 페이스 타임을 자주, 오래 한다. 그리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올 때는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자주 표현하게 되면서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더 가까워지고 있다. 호주에 와서 깊어진 우리 가족의 사랑은 또다시 나에게 용기를 준다.
살아가는 게 힘들고 버거운 순간에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는 내 마음속 사랑의 문장들
"나는 우리 딸 조건 없이 사랑하지. 엄마는 네가 아무것도 아니어도 사랑해."
“우리 딸 힘들게 하는 놈들 생각하니까 화가 나서 잠이 안 오네. 걱정 돼서 죽겠다.”
“삼촌이 다 해줄게. 하고 싶은 거 하고, 보고 싶은 거 다 보고 와.”
"우리 새봄이 참 멋지다. 남들은 용기가 없어서 못하기도 하는데."
"우리 새봄이 멋지게 살고 있네~"
"다 누리고 와라. 즐거운 게 최고다."
"우리 가족 지금은 다 떨어져 지내고 있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보다 대충 해도 좋으니 그냥 잘 지냈으면 좋겠어."
"내 새끼 너무너무 보고 싶다."
"갔다 와서는 할머니 집에서 일 년 있었으면 좋겠네~"
“예쁜 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