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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Aug 23. 2021

부산에서 뭐 먹지

부산살이 6년차 이방인의 부산 가이드(음식편)

부산은 다양한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입이 즐거운 도시이다. 바다를 끼고 있으니 풍부한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는 물론, 6.25 때 피난민들이 모여들며 자리 잡은 타지역의 향토음식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개발된 음식들, 이런 전통이 있는 음식들뿐만 아니라 젊은 관광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신흥 맛집들까지. 그러니 5년 넘게 부산에서 직장생활 한 나도 그동안 정말 부지런히 맛집을 돌아다녔음에도 여전히 갈 곳이 더 많이 남았다.


또 부지런하게 돌아다니기에 앞서 그동안 먹어본 부산음식, 다녀본 부산맛집 중간점검을 해볼 기회를 가져보기로 하였다. 이 것은 나의 식도락에 관한 기록이며 동시에, 부산여행을 계획하는 친구들의 연락에 보다 체계적으로 반응하기 위함이고, 해외여행이 여의치 않은 코로나시대에 국내여행의 효용이라도 극대화하려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리를 시작하였다.


먼저 부산음식의 전반적인 특징을 말하자면 간이 세고 자극적인 편이다. 원래 북쪽 지방에 비하여 남쪽 지방 음식이 맵고, 짜고, 자극적인 편이니 서울보다 남쪽인 부산의 음식이 서울 음식과 비교하면 조금더 간이 센 편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타지역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향토화된 부산 음식들 중에는 원래부터 간이 덜되고 담백한 음식들도 있다. 예를들면 이북식 음식들은 부산에 정착하면서도 고유의 담백하고 슴슴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 또 매년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라 관광객들 취향에 맞게 간이 순화된 신흥맛집들도 있다.  그래서 일률적으로 평하기는 어렵지만 습하고 따뜻한 남쪽 지방 특성상 일반적으로 간이 센 편이다. 사실 처음 부산 내려왔을 때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다 간이 세서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간이 세고 자극적인 양념을 선호하는 것은 음식 조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방법에도 부산만의 방법을 만들었다. 초장에 된장과 다진 마늘, 다진 고추를 섞어서 회를 찍어 먹는다든지, 막장이라고 하는 쌈장과 사이다 등을  넣어 만든 장에 순대를 찍어 먹거나, 톡쏘는 겨자소스를 족발에다 들이부어 냉채족발로 먹는 등의 방법들이 있다. 떡볶이만 하더라도 국물 자작한 서울식 떡볶이와 달리 고추장으로 담근 장아찌의 모습이다. 고추장 떡장아찌가 더 어울리는 이름일지 모른다.


그러니 부산을 방문하면 횟집은 당연하고 기회가 된다면 유명한 분식점과 족발집도 들려보시길.  부산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을 몇가지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1.회/해산물


바다가 있는 도시라서 회부터 찾고 해산물 먹는 것이 식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오히려 좋은 상품은 서울로 모이려니 했지만 아무리 교통과 기술이 발달해도 홈그라운드를 이길 수 없다. 일단 부산에서 회 맛을 보면 서울에서는 웬만해선 만족하기 쉽지 않다. 비싸고 부산의 회 같이 탱글탱글한 식감을 찾기가 어렵다. 해산물도 마찬가지.


2.돼지국밥/ 밀면


명실공히 부산의 대표음식이고 이 정도는 누구나 안다. 피난민들의 애환이 담긴 돼지국밥과 밀면은 부산에서도 가게마다 맛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어느 집을 가도 맛이 나쁘지는 않다. 다만 호불호는 있을 수 있는데 호는 몰라도 불호를 피할 방법은 있다. 초심자들은 아무래도 진하게 우려낸 진국보다는 맑고 담백한 국물이 도전하기 쉽다. 집집마다 국물맛이 다르지만 비교적 맑고 시원한 육수를 내는 집과 비교적 육향 짙은 진국을 끓여내는 집이 있다. 어느 집이 정답인 것이 아니라 선호의 문제이니 잘 검색해서 찾아가시길. 나도 처음 밀면맛을 보았을때 진한 육수와 자극적인 다대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다가 얼마전 찾은 맑고 시원한 육수 덕분에 밀면맛에 빠져 들었다.

선호에 안 맞더라도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부산 음식은 부산에 와서 한 번 드셔보시길 권한다. 경험만큼 값진 것은 없기에.


3. 중식


전국에 중식당 없는 곳이 없건만 뭐 부산까지 와서 중식을 먹냐할지도 모른다. 모르시는 말씀! 부산엔  중국인 셰프가 오랫동안 운영해온 노포들이 있어서 한국화된 중식당에서 맛보기 어려운 특이한 메뉴들을 먹어 볼 수 있고 해산물이 들어가는 메뉴들의 퀄러티가 보장된다. 그리고 부산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만두 장인들도 몇 계시니 꼭 드셔보시길.


4. 해변에서 생맥

 

맥주를 부산의 향토음식이라 할 수 없지만 날이 좋은 날 부산을 방문하신 분이라면 광안리나 해운대 해변의 펍에서 수제맥주 한 잔 하고 가시길. 초록 바다와 모래사장 앞이라면 대낮에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럴려고 부산 오는 거잖아요. 아니, 사실 이럴려고 항공권 끊어서 해외가는 거잖아요.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꼼장어, 냉채족발, 낙곱새 등등, 먹어봐야 할 음식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빵지순례로 뜨고 있는 빵집들도 부산에 많고 심지어 소고기도 유명하다.

그러니 앞에서 추천드린 것은 이 것만 드셔보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이 건 꼭 드셔보라는 의미이다.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려는 나의 입맛부터 공략한 부산. 나도 모르게 젖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못 살겠다, 서울갈래라는 말이 한 번씩 튀어나오긴 한다. 어쨌든 빈도가 눈에띄게 줄어간다.



p.s. 매운 맛 부산은 사람도 매운 맛이다. 마라맛 아닌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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