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레슨을 받은지 두 달이 되었다. 두 달이라 해도 코로나 격리와 회복기간 운동을 못했으니 6주나 배웠나. 그리고 오늘 세번째 레슨비를 내고, 오늘 처음으로 풀스윙 진도를 나갔다. 그러니 골린이도 못된 골프유아다.
친한 선배나 친구들 중에 골프를 치는 사람도 꽤 있으니 나도 어서 배워서 필드에 끼고 싶기도 하고 체력도 기를겸, 버리는 점심시간도 생산적으로 보내보려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는 시작이 참 재미없는 운동이지만 풀스윙까지 진도를 나갔으니 이제 재밌을 일만 남았는데 레슨비를 낸 오늘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는 테니스나 댄스처럼 파트너가 필요한 운동도 아니고 배구, 야구처럼 팀이 필요한 운동도 아니다. 그런데 왜, 어째서 프로가 아닌 연습생이 다가와서 말을 거는걸까?
나보다 나이 많은 아저씨가 다가와서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두는 것은 단순 귀찮음을 넘어 몹시 불쾌하다. 심지어 내 뒤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다. 공을 치고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훈수를 두고 말이다.
나의 엉성한 포즈나 실력을 지적해서 자존심 상한 게 아니다. 유아를 지나 어린이쯤 되어야 자존심이란 게 생기겠지. 심지어 유연해서 금방하시네 따위의 칭찬은 불쾌를 넘어 소름끼치기까지 하다. 불쾌는 돈 버는 일에서 받는 걸로 충분하다. 돈 쓰면서까지 불쾌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째서 내돈내산마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그런게 아니라고, 자세가 중요하니까 가르쳐주는거라 하겠지. 선의를 선의로 대우받고 싶거든 선의로 생각해 주는 사람에게 가라고. 나는 최대한의 악의와 불순함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백 번 아니라고 말해봤자 난 그렇게 판단할거야, 내 마음이거든.
여기가 시골이라 이런 것인지, 어려서부터 왼팔 든 고양이 마냥 사람 끌어 모으는 내 탓인지. 근데 말이지, 난 절대 왼팔 든 고양이 따윈 사지 않거든. 오른팔 든 마네키네코만 골라 사오지. 난 돈복을 원하지, 성가신 사람 따윈 모이라 한 적 없네만.
p.s. 마네키네코는 복을 부르는 고양이로 오른발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돈복을, 왼발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인복을 가져다 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