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그리고 미투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by 푸른국화

코로나와 총선으로 전국민의 관심사가 집중하던 때에 온국민의 분노가 향할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n번방 사건.

잔인하고 비열한 범죄에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고 있지만 또 하나 전국민이 경악한 사실은 n번방 유료회원이 25만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보기 위하여 결제까지 한 그들의 신상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25만명이라는 숫자 때문에 신상공개에 대해 노파심이 든다. 25만명이나 되는 사람을 범죄자로 낙인할까봐 노파심이 드는게 아니다. 25만명이라는 숫자 때문에 단 한명도 낙인되지 않을까 노파심이 든다.



이 책,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에서 로랑 베그는 말한다. 동시대 사람 중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어떤 행동을 정당화하는 방식이 되곤 한다고. 그렇다면 25만명 중에는 25만명이라는 숫자를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더 우려가 되는 것은 25만명의 여집합에 속한 사람 중에도 이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

당신은 말도 안된다며 분노할지 모른다.

나도 그 말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우리는 다소 꺼림칙한 일을 할 때 그저 남들처럼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이미 검증된 이 심리 기제를 이용하곤 한다. 가령 못 말리는 술꾼에게 친구들의 주량을 털어놓으라고 하면 그는 친구들의 주량을 실제보다 부풀려 말한다. 당신의 이웃이 남들을 우롱하거나, 아내 몰래 바람을 비우거나, 세금을 포탈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라! 구린 일을 하는 사람은 자기와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의 비율을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
( p.13)


몇년 전 한 여자연예인 관련 '불법' 동영상이 '불법' 유포되었을 때 한 부류의 남자들은 불법 유포된 동영상을 다시 불법 유포하며 말했다.

- 내가 알기로는 대한민국 남자중에 안 본 남자 없을걸.

그리고 또 한 부류의 남자는 말했다.

- 그런 걸 실제로 보는 사람이 있다고?

설마 그럴까 싶지만 로랑 베그가 설명하는 현상은 실제로 일어난다.


우리사회에 처음 미투 운동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여론은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지지를 보냈었다. 하지만 다수의 가해자, 다수의 피해자는 범죄에 대한 여론의 인식을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n번방, 미투를 공개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공개를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라, 공개 후에도 변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맞고 틀리고는 숫자로 결정되는 게 아니니 반복된 충격에도 무감각해지지 말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