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남편감을 부탁하면 안되는 이유
당신의 딸은 생각보다 행복했었습니다
몇 년 전, 내가 전직장을 다니고 있었을 때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이슈가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부서원 중에 한명이 본인 어머니의 친구 딸 이야기를 꺼냈다.
그 당시 40이 안된 나이로 서울대학교 교수에 임용된 재원이라는데
'시집을 못가서'(그 사람들이 하는 말로 그대로 옮겼다.) 엄마 친구의 근심이 가득하다고.
혹시 주변에 남자 있으면 소개 좀 시켜달라고 한다.
본인도 아니고, 본인 가족도 아니고, 심지어 엄마 친구도 아니고, 엄마 친구 딸을?
몇 다리 건너서인데 생판 모르는 사람 이야기를 왜 회사에서 꺼내는 거지?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서울대 교수라고? 서울대 교수래.
그래도 얼굴이 좀 되어야 소개를 시켜주지, 사진 없어?
사진은 당연히 없다. 엄마 친구 딸이 사진을 소장하고 다닐 정도의 사이는 아니잖아.
- 사진은 없는데, 아, 대학교 홈페이지 들어가 보면 있을 거에요.
- 그래? 찾아봐 찾아봐
그렇게 그들은 일하다 말고, 업무시간 중에 한 사람 컴퓨터에 옹기종기 모여서 서울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모교수의 사진을 찾았다.
아, 그순간 드는 생각은, 내가 이런 회사에 다니는 구나, 나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이런 수준이구나.
- 이 사람이야?
- 이름이 아닌데...
- 그럼 이 사람이야?
- 잠시만요...맞는 것도 같고...아, 아니에요...
- 이름이 뭔데?
- 이름이....뭐였더라...보면 알거에요, 아 찾았다. 이 사람!
- 찾았어, 찾았어? 맞아, 맞아?
맞나본데,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때서가 아니라 막상 사진을 찾고보니 그 다음 할 일을 잊어 버렸다.
이 사람 사진을 찾아서 뭐 어쩌겠다는 거였지?
뭐 어쩌긴...그저 못된 호기심을 따라온 것이지.
아니면 눈이 세개 달렸거나 뿔이라도 있길 바랐을지도.
그런데 아니라서 실망했을지도.
- 못생기진 않았네.
- 왜, 이쁘네...
- 에이, 이쁜건 아니지, 남자들이 좋아하는 얼굴은 아니잖아...
- 왜 좋아하는 남자들도 있어
자기 인생에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살아온 한 여자가,
누구에게 모진 말 한마디 해 본 적 있을까 싶은 한 여자가,
그렇지 못한 삶을 산 한심한 인생들에게 한심하다 말 한번 해봤을까 싶은 그런 여자가
한심한 사람들에게 우스운 꼴 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그러니 어머니, 친구들에게 딸의 남편감은 부탁하지 말아 주세요.
안보는 데에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지만 인간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