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폭신폭신하고 따스한 빵껍질에 함부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싫다. 그래서 딱딱한 껍질과 집게발로 무장하고 산다고 생각하는데...남들 눈엔 손가락으로 한번 눌러보고 싶은 폭신한 빵으로만 보이나봐.
한번 눌러보고는 왜이리 차갑냐는데.
딱 봐도 건드릴 수 없는 갑각류가 언제나 부럽.
그래서 누구보다 속살이 보드라울 수 있는 갑각류가 부럽다.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린다.
닭칼국수가 생각나 마트에 들렸더니 홍게가 제철인가 싱싱하고 가격도 좋다. 그래서 오늘 메뉴는 급 홍게라면!
홍게라면 레시피를 검색해보니 보통 게 한마리에 라면 세개 정도를 끓이는 것 같다. 하지만 탄수화물 많이 먹어서 좋을 게 뭐 있을까. 게 세마리에 라면 두개 끓이기로.
가정용 홍게는 매장용보다 살이 덜 찬 편이라니 라면 두개에 게 세개가 2인분으로 과한 양은 아니었다.
홍게 자체가 간이 되어 있으니 물은 넉넉하게 끓여도 싱겁지 않다. 라면 세개 물 양에 두개 끓이는 정도.
홍게는 다른 해산물에 비해 비린내, 잡내가 덜한 편이라고 한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주고 게딱지를 분리해 안쪽의 아가미와 입을 제거해 준다. 무서워서 눈도 같이 제거했다.
분명히 죽었는데 긴다리들이 휘적휘적거려서 살아있나 몇번 놀랐다. 살아있는 아이들의 게딱지를 분리하는 건 차마 못하겠거든. 서툰 내 손에 고통스럽게 가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
세척할 때 내장이 씻겨 나가지 않도록 조심히 씻어서 반으로 잘라준다. 우선 냄비에 물을 넉넉히부어(평소 라면 끓이는 양의 1.5배 이상) 된장 반스푼과 간마늘 한스푼, 대파를 넣고 끓여준다. 물이 끓으면 게 세마리를 넣고 맛술 세스푼 넣고 다시 끓여준다. 면을 같이 넣고 끓일 생각이었지만 냄비가 넘칠 것 같아, 면은 따로 삶아 주었다.
오동통한 면이 홍게라면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물론 개인적인 선호.
면이 꼬들꼬들한 정도에서 건져내어 라면 스프 풀어 놓은 홍게 냄비에 투하한다. 스프는 두개 다 넣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