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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Jun 08. 2020

저녁 7시, 나를 위해 요리하는 시간#22

씁쓸한 혜택

다시 운동도 하고 싶고, 그림 그리러도 가고 싶고, 영어학원도 다니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다. 최소 한시간 줄서야 하는 맛집에서 줄도 서있고 싶고 북적북적한 식당에서도 맘 편히 밥 먹고 싶다. 신체적 거리에 무감각한 이들에 대해서도 생존 공포가 아니라 불쾌감이면 충분하고 싶다.

언제쯤 가능한걸까, 가능하긴 한걸까?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 말하지만 우리의 욕망이 변하지 않는데 뭐그리 변할까 싶기도, 아니면 이런 생각은 내가 이미 변화를 유용하게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인 탓인가도 싶다.


하고싶은 것 못하고 답답한 나날. 이러한 날들 속에서도 웃음을 찾기 위해 누군가는 커피와 설탕을 4000번 젓거나 계란을 4000번 젓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긴터널 어딘가 빛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든다.


밥 한번 먹자던 불편한 인사들이 사라지고 회식 기타 다수가 모이는 공식행사는 모두 취소되었다. 생각지 못했던 혜택이다. 모두가 고통스러운 순간에 뭐하나 혜택을 누리는 내가 몹시도 송구스럽다. 더욱이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데 코로나 benefit 이라니.

의미없는 사회생활과 회식과 각종 행사 대신 좋은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천천히 먹는다. 그래서 요즘 얼굴에 혈색이 돌고 살이 오른다.


현미곤드레밥


♧현미곤드레밥


1.현미쌀을 깨끗이 씻어준다. 요즘은 현미에 칼집을 내어 따로 불릴 필요없는 현미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어 현미밥 짓는 수고를 덜어준다.

2. 말린 곤드레 불려서 한 번 데친 후 잘게 썰어준다. 말린 곤드레를 물에 불리기만 하니 줄기부분은 너무 질겼다. 그래서 한번 데쳐주고 유난히 딱딱한 줄기부분은 잘라내거나 몇가닥 갈라내어 준다. 그러고도 질긴 부분이 있을까봐 잘게 다져 주었다.

3. 씻은 현미 위에 데치고 다진 곤드레를 올려 밥을 한다. 표고버섯을 같이 넣어 밥을 햐면 향이 더 좋고 영양도 좋다. 평소 흰쌀밥 보다는 물을 조금더 많이 넣어주고 뜸도 조금더 들여준다.

4. 밥이 다 되면 계란후라이+간장+참기름을 넣고 비벼준다. 아니면 계란후라이+간장+버터도 좋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그 맛이다. 간장계란밥, 혹은 버터밥. 곤드레와 버섯 덕분에 훨씬 건강하고 영양가 좋은, 그래서 죄책감이 훨씬 적은 간장계란밥.


진간장 대신 엄마표 두릅장아찌의 장아찌간장과 두릅도 다져 넣었다. 이래도 되나 싶지만 몸도 마음도 요즘 호강이다.


사람은 그립기도 하고 참 성가시기도  존재이다. 아니 그리운 사람이 있고 성가신 사람이 있다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 지금 이 순간에 누군가 커피 설탕을 4000번 젓고 있다고 하면 재밌겠다, 나도 해봐야지, 아니면 적어도 화이팅을 외쳐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반응을 하는 사람이 그립다. 



일상을 설명하고 증명해야할 필요가 줄어든 요즘, 쓸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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