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용히 하세요.”
첫째 딸이 도서관의 어린이 자료실을 가지 않으려고 난리다. 어릴 때만이라도 책 읽기 습관을 키워주고 싶어서 도서관에 좀 자주 데려가고 싶은데, 조용히 해야 하는 도서관은 싫다며 한사코 가기를 거부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첫째 딸의 요구가 맞기는 하다. 조용한 도서관이, 뛰지도 말고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도서관이 아이들은 싫을 수 있다.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어린이 도서관도 조용해야 할까? 좀 시끌벅적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들락날락거리고 정자세로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장난감 삼아 좀 누워있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면 안 되는 걸까?
왜 영유아 아이들이나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은 조용해야 하는 것일까?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대부분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만이라도 책을 읽혀주고 싶다. 그리고 영어를 어떻게 교육해서 잡아 줄까?' 하는 뭐 그런 생각이다. 아무리 무심한 엄마라도 이 두 가지는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책 읽기 문화는 집안 환경과 문화, 그리고 개인 습관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어릴 때 독서 습관을 잡아주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쓴다. 나는 도서관이 좀 더 친아이들화된다면, 이러한 습관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왜 어린이 도서관도 어른 도서관처럼 그렇게 운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전이든 오후든 어린이 도서관을 찾아가면 조용하고 깔끔하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는 절대 뛰어서는 안 되고, 조용히 걸어 다녀야 하며 소근소근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데 영유아를 키워 본 부모는 안다. 아이들은 소곤거리지 않는다는 것을…. 걸어 다니지도 않는다. 정리도 안 된다. 책도 한 자리에 앉아서 오래 보지 않는다. 아이들은 왔다 갔다 산만하기 짝이 없다. 아이들의 특성을 무시하고 도서관에서 한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고 조용히 있는 영유아기 아이들은 이 세상에 거의 없다.
아이들의 특성을 무시한 이런 도서관에 과연 몇 명의 아이들이 정을 붙일 수 있을까? 엄마들이 “조용조용”을 반복하고, “뛰면 안 돼.”를 반복하는 이런 공간에서 과연 몇 명의 아이들이 도서관을 자신들의 삶에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 어린이 도서관도 정숙해야 하는가? 왜 조금만 아이들 소리가 나면 모두 눈치를 주고받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인가?
나는 시끌벅적한 영유아 도서관을 꿈꾼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소리도 내고, 노래도 부르며 책과 친해지는 공간, 작은 실내 놀이 공간이 있어서 아이들이 책도 읽다가 놀다가 잠도 드는 그런 공간, 그래서 "도서관 가자."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그런 공간, 책이 어려운 도구가 아니라 그냥 일상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도구임을 아는 공간, 모두가 친절하고 모두가 즐거운 그런 도서관.
오늘도 나는 적막한 어린이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간다. 누구를 위한 도서관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그런 도서관에서 나는 집에서 읽을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들을 잔뜩 빌려간다. 그러면서 내가 꿈꾸는 영유아 도서관, 어린이 도서관을 마음속 깊이 또 한 번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