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공간이지만 감옥처럼 느껴지는 13시간
"사장님, 천천히 준비해 주셔도 돼요."
집에서 북카페로 향하는 시간은 아침 6시 30분, 매일매일이 모험의 순간이었다. 운영하는 북카페가 집에서 멀었기 때문에 남들 다하는 출퇴근 시간에는 출퇴근을 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차가 막히면 길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기 때문에. 몇 달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손님들의 방문시간과 나의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여 선택한 매장 운영시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였다.
특히 내가 운영했던 북카페는 동네 커뮤니티 센터에 입주해 있었기 때문에 출근을 하러 가는 길에 커피를 사러 오는 단골 고객님들이 많았다. 그래서 고객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는 아침 일찍부터 매장으로 달려가 오픈 준비를 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하루에 매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늘 13시간 이상이었다.
'출근하는 손님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커피를 사러 오겠지? 나는 사장님이니까 손님들을 기다리게 하면 안 돼!'
영업시간은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라면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손님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는 매장을 비울 수 없어서 외부 업무를 보는 일이 어려워졌고, 매일 같은 공간에서 바쁘게 일을 하다 보니 좋아서 하는 일이고, 좋아하는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었는데 마치 감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가끔은 차가 막혀서 또는 예상치 못한 일로 오픈시간인 8시보다 조금 늦게 도착할 때가 있었는데, 그런 날이면 매장으로 가는 내내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다. 종종 단골손님께서 가게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많았다.)
북카페를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다. 그저 좋아하는 공간에서 바쁘게 일을 하면서 지내다 보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거라고 믿었으니까. 손님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않고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북카페를 운영하는 게 정말 행복한가?'라는 물음이 매일 아침마다 들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장님도 사람이다 보니 늦을 수도 있지, 너무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 하면서 그때의 나에게,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늠름 사장님, 좋아하는 공간을 잘 돌보는 것도 단골손님을 잘 응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늠름 사장님 마음도 아끼고 잘 돌보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