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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손님과의 마지막 인사 - 저도 행복했습니다.

웃어야하나 울어야하나 난감했던 마지막 순간

by 늠름

망한 북카페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아니 그래서인지 희노애락이 참 많다. 책과 커피, 그리고 사람을 좋아해서 시작했던 북카페는 1년 가까이 운영한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간, 단골 손님들과 나눈 대화 그리고 혼자 가게 문을 닫던 마지막 날을 떠올려본다.



"사장님, 일주일에 한번씩 여기에 와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이런 좋은 공간이 사라진다니 아쉽고 속상하네요."



'행복했어요'라는 말에 가슴이 찡했다. 매장을 운영하는 내내 '이 일을 잘하고 있는 걸까? 사람들도 나처럼 이 공간을 좋아할까?' 늘 고민 했기 때문이다.



'행복했어요'라는 말, 그게 바로 이 북카페를 운영하며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도 그동안 시간 낭비를 한 건 아니었구나, 실패한 사업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의 첫번째 북카페는 성공으로 기억해도 되지 않을까?




북카페 영업을 종료하던 날, 마지막으로 혼자 짐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면서 창고에서 남몰래 조금 울었다. 남편이 데리러 온다고해서 대성통곡을 하지는 못했지만, 속으로는 엄청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입문을 나서면서는 언제나 처럼 "오늘도, 수고했어!" 라면서 담담하게 웃으면서 나왔다.



신기하게도 내가 운영했던 매장은 지나가면서 한번 두번 방문하는 손님보다, 거의 매일 방문하는 단골 손님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을까, 한분 한분에게 작별 인사를 전할때마다 다음 거취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다.



네, 북카페는 사라졌지만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쌓아온 모든 순간들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어요. 저는 여전히 책과 커피를 좋아하고, 사람들을 좋아하고, 다시 비슷한 공간은 운영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려구요.



"언제든 지나가는 길에 오며가며 편하게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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