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에 진심이었던 사장님
책을 좋아해서 북카페를 차렸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이 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더 기대했던 이벤트가 있었다.
"동네 서점 북클럽 이벤트."
대형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클럽 프로그램.
나처럼 동네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에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매장으로 연결해주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
나는 이 이벤트를 통해서 북카페에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올 거라 기대했다.
책을 사랑하는 북클럽 회원들이 우리 북카페를 방문해,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그렇게 하나의 작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대형 서점에서는 책을 구매하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동네 서점에서는 그런 혜택을 줄 수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무료 음료 쿠폰을 발행하기로 했다.
또한, 방문하는 북클럽 회원들을 위해 책과 관련된 작은 굿즈들도 준비했다.
우리 매장은 워낙 구석진 곳에 있어서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위치였지만,
나는 확신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이곳을 찾아올 거야."
왜냐하면,
내가 그랬으니까.
그리고, 기다렸다.
이벤트가 시작되고, 하루, 이틀, 일주일.
아무도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래,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래도 북클럽 회원 유지 기간이 1년이나 되니
연말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겠지?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내가 너무 설렌 마음으로 이벤트를 준비해서 남편이 매번 물어봤다.
오늘은 북클럽 친구들 좀 왔어?
하지만 북카페를 정리할 때까지
찾아온 북클럽 회원은 다섯 명도 되지 않았다.
실망했다.
그때까지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나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동네 서점을 찾아다닐 거라고.
나처럼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작은 서점을 꼭 방문할 거라고.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나보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굳이 동네 서점을 찾아올 필요는 없었고,
굳이 북카페에서 책을 읽어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
이벤트가 실패로 끝난 건 맞다.
하지만, 몇 명 안 되는 북클럽 회원들의 방문이 내게는 작은 위로가 되었다.
- "혹시 이 책 있나요?"라며 전화로 미리 문의하고 방문한 회원.
- "집 근처에 북클럽 서점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왔어요!"라고 말했던 회원.
- 내가 준비한 작은 굿즈와 쿠폰을 받으며 정말 기뻐하던 회원.
- 무료 쿠폰을 들고 딸과 함께 다시 찾아와 준 회원.
사실, 이벤트의 성공이란 뭘까?
나는 북클럽 회원들이 줄을 서서 방문해주길 바랐고,
내 북카페가 동네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결국 찾아온 사람은 단 몇 명뿐이었다.
그럼에도 그 몇 명이 정말 반짝이는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이벤트에 진심이었던 사장님을 몰라봐 줘서 속상했다."
책을 좋아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좋아해서, 책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서 시작한 공간이었는데,
그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솔직히 많이 속상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만약 북카페를 더 번화한 곳에 열었다면, 북클럽 회원들이 더 많이 찾아와 주었을까?"
"이벤트가 실패한 건, 지역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나의 문제였을까?"
그 답은 아직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제는 이벤트를 열 공간조차 없다.
그게 가장 아쉬운 일이고, 큰 실패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