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생명이라는 생각은 왜 잘 떠오르지 않을까

by 윤슬

내가 매일 빠지지 않는 루틴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강아지 호두와 산책은 빠지지 않는다. 그날도 나무 근처에서 호두 응가를 치우려고 고개를 숙였다.

나무뿌리 근처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하나쯤이 아니었다.

최소한 다섯 개는 넘었다.

누군가는 그 자리를

아무 생각 없이 버려도 되는 곳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나무는 늘 그 자리에 있으니까.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않으니까.

언젠가 니코틴이 나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글을 읽은 게 기억이 났다.

담배꽁초에 남아 있는 니코틴은

사람에게만 나쁜 것이 아니었다.

흙 속 미생물 활동을 방해하고

뿌리 근처에 쌓이면

나무에도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그날도

호두 응가 봉투에

나무 근처 담배꽁초를 주워서 넣었다.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다.

그냥 함께 버렸을 뿐이다.

나무도 생명이라는 생각은

왜 이렇게 잘 떠오르지 않을까.

배경처럼, 풍경처럼

늘 거기 있다고 믿어버려서일까.

오늘 산책길에서

나는 나무를 조금 더

생명 쪽으로 가까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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