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정리하다 울컥했다

by 윤슬


오늘 울컥했다.


어쩌면 이사를 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서랍을 열고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거창한 정리는 아니었다.


작은 비닐봉지 하나에 낡은 물건들을 담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아팠다.


내가 버리는 건 물건이 아니라

추억 같았다.


그 물건을 준 사람,

그 당시의 나를

함께 버리는 것 같았다.


유통기한이 지났지만

학생이 선물해 준 립밤,

오래 망설이다가 샀던 홈쇼핑 팩트,

아버지가 사주신 인형도 있었다.


아버지가 외국여행을 다녀오며 사온

인디언 가방 인형도 있다.

그때의 나는 이미 어린 소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 눈에는

여전히 보호해줘야 할 소녀였던 것 같다.


작은 인형 하나만

서랍에 다시 곱게 넣고

다른 물건들을 버리기로 했다.


추억은 영원하고,

가끔은 사람을 살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다이애나와 카밀라: 상징과 권력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