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새해를 맞이하다
2023년 10월 2일
봄이를 만난 지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간의 변화를 기록해 봅니다.
#1. 유대감
처음에는 부모가 되었다는 책임감에서 비롯하였습니다. 내 몸에서 나온 아이라는 막대한 연결성과 호르몬의 지원을 받은 모성애 속에서 앞서가는 엄마에 비해 부성애의 시작은 아직 어리숙했습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에게 아빠는 학습된 부성애로 다가가고는 했습니다.
5개월이란 시간이 흐르며, 하루하루 켜켜이 쌓여가는 아이가 주는 행복의 시간과 눈 맞춤, 그리고 방긋한 웃음들은 어리숙한 부성애를 더욱 단단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아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보다 행복하지 않았을 거라고 주저 없이 단언합니다.
늘어나는 감정의 교류와 아이가 보여주는 인격을 마주하며 그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아이를 끌어안습니다.
#2. 눈물이 핑
봄이랑 함께 있자면 가끔 불현듯 눈물이 핑 돌 때가 있습니다. 봄이가 좋아하는 엄마아빠의 재롱이 몇 가지 있습니다. 엄마의 까꿍소리와 아빠가 봄이 옆구리에 얼굴을 갖다 대면 웃음벨이 눌린 듯 쉴 새 없이 웃어댑니다. 깔깔대며 웃는 봄이 웃음소리의 순수함과 귀여움이 이로 형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 엄마아빠도 이내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집니다.
그럴 때면 걷잡을 수 없는 행복에 가끔 눈물이 핑 도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는 아빠도 잘 모르겠습니다. 봄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행복해하는 아내를 지켜보고 있자면 감히 영원히 안주하고 싶은 순간이라 그랬나 봅니다.
#3. 5개월의 변화
5개월 동안 이것저것 참 많이도 했습니다. 봄이는 이제 의자에 앉을 수 있고, 배밀이로 몇 미터씩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과하게 웃어주는 과도한 E성향의 아기라 내심 걱정이었는데 낯가림도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유식도 시작했고요.
그리고 그동안 엄마아빠는 봄이에게도 분명 무의식 속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라며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제주도, 경상남도, 충청도, 한강. 하도 많이 돌아다니고 경험해서 그런지 신생아 때 그렇게 자지러지던 봄이가 이제는 제법 의젓해졌습니다.
이렇게 잘 웃고, 건강하고, 밝게만 자라주길 오늘도 감사하며 소망합니다.
2023년 11월 7일
봄이를 만난 지 벌써 200일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간의 경험과 감정을 기록해 봅니다.
#1. 퇴근길
정신없이 업무를 쳐내고 집에 돌아오는 퇴근길은 진이 빠집니다. 오늘도 역시 퇴근길의 발걸음은 사뿐사뿐 보다는 터벅터벅입니다.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내의 다정한 인사와 함께 아이의 세상 행복한 웃음이 나를 맞이합니다. 3초 남짓한 그 순간이 어깨에 쌓여있던 피로감을 말끔히 녹여버립니다. 집에 돌아오는 맛이 이런 걸까요? 앞으로도 이런 순간이 부디 영원하길 기원합니다.
아이는 아빠가 집에 돌아와 반가워 웃는 걸까요? 뭘 알고 웃는 건지 아니면 익숙한 얼굴이 보여 무조건적인 반사인지, 이유가 무엇이건 별 볼 일 없는 나를 이토록 반겨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너무나도 행복한 저녁입니다.
#2. 아내의 고백
아내가 이제와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그때 정말 힘들었다고. 봄이가 울 때 같이 울면서 봄이를 안았다고. 이제야 조금 수월해진 봄이를 빗대어 과거의 힘듦을 이야기합니다. 힘들었다는 것은 옆에서 지켜봐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회사에 나가있어 부재했던 순간의 아내의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은 그동안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와 시시콜콜한 이야기처럼 툭하고 내뱉는 아내의 힘들었던 순간을 듣고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내색을 하거나, 몰랐다는 내색은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더 부족한 남편인 것을 반증하는 것 같아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렇게나 힘들었단 사실을 내색하지 않아 미처 온전히 알지 못했던 것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3. 200일간의 변화
그간 봄이는 또다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줬습니다. 폭발적이라는 형용사가 다소 과하긴 하지만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제 무릎을 세워 기어 다니기 시작했고, 스스로 오랜 시간을 앉아있습니다. 앙증맞은 이빨의 등장으로 이앓이에 밤새 울기도 합니다. 이름을 부르면 쳐다보고, 아빠엄마를 보면 해맑게 웃습니다. 키는 또 왜 이리 커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변화가 경이로우면서 내심 천천히 흘러가길 바라봅니다. 어찌 되었건 엄마, 아빠, 봄이 모두 무척이나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너무나도 예쁘고 반가울 따름입니다.
2024년 1월 14일
봄이를 만난 지 어느덧 9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별로 바쁘지도 않았으면서 꽤나 오래간만에 기록을 남기는 걸 반성하며, 다시 차곡차곡 기록해 봅니다.
#1. Happy New Year!
봄이를 맞이했던 2023년이 저물고 2024년이 밝았습니다. 처음으로 셋이서 함께 기웃기웃 저물어가는 한 해를 보내주었습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고 한 해를 보내다 보니 늘 느껴오던 감정은 싱숭생숭과 아쉬움뿐이었는데, 이번에는 기대감이 더 큽니다.
새해에는 봄이가 아장아장 인생의 첫걸음마를 뗄 것이고, 참새부리 같은 오밀조밀한 입으로 엄마아빠의 말을 하나하나 따라 하겠죠. 첫 어린이집에서 자기와 닮은 사랑스러운 친구들과 귀여운 첫 사회생활도 시작할 겁니다.
저는 결혼과 이직을 했던 2022년이 최고의 한 해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좋은 일들만 잇달아 일어나니 앞으로 내려갈 일만 있겠구나, 오히려 불안감을 느껴오던 2023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열어보니 세상에 둘도 없는 큰 선물이 찾아왔고, 오롯이 행복만을 누렸던 한 해였습니다. 둘에서 셋이 되었고 그 사이 딸바보가 되어버렸습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던 한 해였고, 오랜 친구들과 가끔씩 도란도란 나누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마음은 이미 충분히 따뜻했습니다. 거기에 영원한 내 짝과 육퇴 후 맥주까지. 아내와 저에게는 정말 잊지 못할 한 해였습니다.
힘들었고, 행복했습니다. 비교하자면 물론 행복이 월등합니다. 그저 더할 나위 없는 한 해였습니다.
2024년, 욕심부려 한번 더 기대해 봅니다.
#2. 마법 같은 순간들
그간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뿅 하고 나온 생애 첫 이빨, 눈만 마주쳐도 웃어주기, 뒤집기 지옥에 이은 잡고 일어서기 지옥, 엉덩이부터 콩하고 아주 조심히 앉기, 소리는 안 나지만 열정적으로 손뼉 치기, 셀프 까꿍놀이, 그리고 엄마아빠 말하기.
조리원에서 데리고 와 움직이지도 못하고 쿠션 위에만 누워있던 아기가 지금 이 아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신비롭고 마법 같은 순간들입니다.
우리 아이가 보여주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기록을 남기는데 그마저도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게 됩니다.
먼 훗날 다 자라 버린 아이가 조금씩 자신만의 삶을 찾아 나설 때, 희끗해진 머리의 우리는 이 순간들을 붙잡고 추억하며 살아가겠지요.
#3. 다가오는 아내의 복직
곧 아내가 복직을 합니다. 4월부터 복직이니 다다음달부터는 아마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출산이라는 일생일대의 엄청난 순간을 경험하고, 각오는 했었지만 역시 기대이상이었던 육아를 경험하고 이제 곧 다시 사회로 나가게 됩니다.
아내는 그동안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요. 봄이를 만나기 전과 봄이를 만나고 난 후의 아내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또 얼마나 달라질까요?
그 희생과 사랑을 조금은 내려놓고 자신의 삶에서도 행복과 보람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희생은 아빠가 가져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온종일 같이 있던 아이를 누군가의 손에 맡기고 하루 몇 시간씩 떨어져 있다는 것이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리고 직장인의 상황적으로나 쉬운 일이 아닐 거 같아 솔직히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 부부와 봄이는 너무 잘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충분히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 감히 생각해 봅니다.
세상 모든 부모들이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잘해나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