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봄 Part4

Part4. 두 돌을 앞둔 이야기

by 사부작사부작




479일간의 소회




2024년 8월 10일






아이와 아내는 잠든 밤, 눈을 붙이기 전 침대에 옆으로 누워 오랜만에 봄이와의 지난 사진들을 한참 동안 둘러봅니다. 하나하나가 너무 애틋하고 소중하기만 합니다. 먼 훗날에도 찾아올 이런 기록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안도하고 내심 우리 자신이 기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인 4개월 만에 그간의 소회를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1. 폭풍성장


원래 4개월이란 시간이 이렇게 유의미한 기간이었나요? 회사에서 분기별 성과입력을 할 때는 그토록 할 말이 없어 짜내곤 했는데, 봄이는 4개월 동안 초고속 승진이라 말할 수 있는 성장을 해왔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봄이도 거침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뒤뚱뒤뚱 아슬아슬 걷던 걸음마는 이제는 슬슬 층간 소음이 걱정되기 시작하는 뜀걸음이 되었고, 고독한 엄마아빠의 혼잣말은 이제 소통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말귀라는 것이 생겨서 상시 언행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낮말은 봄이가 듣고 밤말도 봄이가 듣고 있습니다.


그 사이 할머니 할아버지와도 무척이나 가까워져 할미, 하부지라는 새 단어도 배우고 며칠간 엄마아빠 없이도 씩씩하게 할머니 할아버지와 잘 지내기도 했습니다. 뽀뽀도 어찌나 잘하는지 집안 구석구석 봄이가 좋아하는 것들에는 뽀뽀귀신이 되어 쪽쪽 거립니다. 아, 그런데 엄마아빠에게는 잘해주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이 꽤나 자라 요즘 엄마는 매일아침 봄이의 헤어스타일에 상당한 공을 들입니다. 완성된 앙증맞은 머리묶음을 보고 엄마아빠는 동시에 꺄악 비명을 내지르고는 합니다.


그만큼 자기주장도 강해져 가끔은 엄마아빠를 당황케 하지만 ‘호랑이 온다’라는 한마디면 만사해결이 됩니다. ‘호랑이’ 소리만 들으면 차렷자세를 하고 눈과 콧구멍이 한껏 커진 경직된 얼굴로 엄마아빠의 지시(?)에 순종하며 따르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워 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호랑이를 불러옵니다.


애교도 많고 웃음도 많고 살가운 성격이라 어린이 집에서도 이내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중간에 어린이집을 한번 바꾸게 되었는데, 봄이가 아주 잘 적응해 주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키즈노트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손잡고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오묘한 기분이 드는데, 이게바로 내 자식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부모의 마음인가 싶습니다.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봄이는 여전히 가장 환하게 빛나고 아름답게 자라주고 있습니다. 그 빛이 너무 밝아 아내와 저의 어두운 부분까지 번져와 환하게 밝혀줍니다. 앞으로 더 반짝이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2. 아빠의 터닝포인트


지난 4개월 사이 인생의 커다란 터닝포인트를 경험하였습니다. 매년 받아온 건강검진이었는데, 올해는 일반적이지 않은 결과를 받았고, 췌장에 커다란 혹이 있어 상급병원의 정밀검사를 받으라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의료계 파업으로 검사예약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불행한 상황에도 다행스럽게 7일 만에 MRI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더욱 다행스럽게도 췌장의 커다란 혹은 단순 초음파 오진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무던하게 써 내려갈 수 있지만 그 당시 검사와 결과를 기다리던 그 7일은 지난 35년 인생에서 가장 절망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금기시되는 인터넷 검색과 온갖 추측을 멈추지 못하였고, 그 당시 저의 심리 상태는 이미 며칠 남지 않은 말기암 환자와 같았습니다. 갓 돌이 지난 봄이와 이제 막 엄마가 된 아내를 볼 때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다른 무엇도 필요 없고 그저 우리 세 가족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게만 해달라고 매일 아침저녁 기도했습니다. 종교도 없는 제가 염치 불고하고 그토록 기도했습니다.


오진 결과를 받는 순간, 인생에 어떤 것도 필요치 않았고 그저 건강하게 계속 우리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아주아주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물론 오진이었기 때문에 원래도 건강한 상태였지만 지레 겁먹은 경험으로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있네요. 봄이의 안아달라는 칭얼거림도 반갑고 더 없는 행운으로 느껴집니다. 아내와 근심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에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것이 얼마나 간사한지, 거의 두 달이 지나오니 당시의 감사함과 간절함이 이따금 무뎌집니다.


나에게 최악의 순간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준 이 웃지 못할 사건을 잊지 않고, 그저 간절함에 봄이와 아내를 부둥켜안던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사랑하길.












566일간의 소회




2024년 11월 5일






유독 느리기만 했던 여름을 함께 보내고 두 번째 가을이 왔습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척척 해내는 봄이라 함께하는 가을과 겨울을 맞이하는 기분이 사뭇 새롭습니다. 좌충우돌했던 그간의 기억들을 반추하며 고스란히 기록해 봅니다.


#1. 굿바이, 분리수면


봄이가 더 어렸던 시절, 울고불고 지지고 볶아가며 겨우 자리 잡았던 분리수면을 돌연 포기하였습니다. 16~17개월 재접근기가 오면서부터, 중간중간 잠에서 깨어난 봄이의 서럽게 우는 소리에 결국 마음을 돌렸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악악 울던 것과는 또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며칠을 봄이가 깨서 울면 밤에 들어가서 다시 재워주는 것을 반복하다 결국 아내의 성화에 합방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신혼시절 슈퍼킹 사이즈 침대를 사길 천만다행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아내의 제안에 반대를 했었습니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분리수면 습관이 무너지는 것도, 잠깐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같이 자게 될 것이라는 예감도 저를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마 모든 부모들이 같은 걱정을 하겠죠.


지금은 함께 자는 순간이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단풍잎 같은 봄이 손을 두 손가락으로 폭 감싸 잡고 같이 잠드는 것도, 먼저 잠든 봄이의 얼굴을 1cm 앞에서 뚫어지게 한참을 쳐다보는 것도, 아침에 먼저 일어난 봄이가 엄마~아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참새처럼 우리를 깨우는 것도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봄이의 잠버릇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잠에서 깨기도 하지만 금세 다시 잠들면 그만이네요.


다시 생각해 보니 엄마 아빠가 봄이랑 같이 자주는 것이 아니라 봄이가 엄마 아빠랑 자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까지 봄이가 엄마 아빠랑 자줄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금방일 그때까지 감사히 실컷 부비적 거려 보겠습니다.




#2. 첫, 첫, 첫


첫 해외여행. 첫 놀이공원. 첫 가족동반 여행. 봄이에게는 아주 도전적인 기간이었습니다. 멀리 일본 오키나와까지 가는 동안 한 번도 울지 않은 효녀 중에 효녀였습니다. 여행을 온 걸 아는지 한껏 들떠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봄이를 보니 풉 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친구, 언니, 오빠들과도 함께 먼 길을 떠나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먼발치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우리 부모들은 뭉클함만 느꼈습니다. 서툴지만 그들만의 언어로 서로 교감하는 모습이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봄이가 걷기 시작한 이후로 우리 부부는 봄이와 정말 많은 추억을 만들어나가고 있는데, 훗날의 봄이가 이렇게나 작았던 봄이의 기억을 일부라도 마음속에 보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빛나고 행복했던 순간이 그저 잊히기에는 너무 아쉽습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봄이의 이리도 소중하고 빛났던 순간의 잔상만이라도 간직해 줄 수 있다면 좋겠네요.




#3. 껌딱지


엄마 껌딱지가 되어버렸습니다. 봄이에게도 18개월이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아빠를 무척이나 좋아해 주어 아빠껌딱지라며 은근히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는데, 웬걸 이제는 아빠는 모조리 관심 밖이고 모든 걸 엄마와 함께하고 싶어 합니다. 밥도 엄마가, 그림도 엄마가, 잠도 엄마랑, 놀이도 엄마랑, 그리고 안는 것도 엄마가!!! 의 연속입니다.


사실 섭섭한 마음이 들지는 않습니다. 봄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과 희생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알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봄이가 엄마에게 온 힘을 다해 애정을 표현하고, 온 세상 전부가 엄마인 것이 엄마의 마음속에 나름의 보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조금은 무거워진 껌딱지 봄이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아내의 노고에 경의를 표할 따름입니다.


자기야, 조금만 더 힘내!(나는 조금 쉴게 ㅎㅎ)




#4. 겨울


이 글을 처음 적어 내려갈 때는 이제 막 가을기운이 찾아올 때였는데, 찰나의 가을이 지나고 심신이 게으른 탓에 한참을 걸려 글을 다 적는 지금에는 겨울이 코 끝에 성큼 와있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크리스마스 캐롤만 들려오면 기분이 몰랑해지는 사람인지라 차가워진 공기에도 이내 기꺼워합니다.


곧 크리스마스가 찾아올 텐데, 이제는 뭘 좀 아는(?) 봄이와 함께 보낼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설렘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번 주말은 크리스마스 트리 먼지를 탁탁 털어내 꺼내어 꾸며보아야겠습니다. 아내와, 봄이와 함께 말이죠.












622일간의 소회




2024년 12월 31일






봄이와 함께한 지 벌써 두 해가 지나고 마지막날이 되었습니다. TV 속 세상은 혼란하고 안타까움의 연속인 요즈음이지만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다시 다잡게 해주는 봄이라는 존재입니다.

고생한 한 해를 보내며 그동안의 사랑의 소동에 대해 기록해 봅니다.


#1. 훈육의 딜레마


봄이에게도 본격적인 땡깡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짜증이 아주 대단합니다. 고집도 세구요. 엄마와 아빠는 여러 매체를 통해 학습해 온 방식대로 단호하게 훈육하려고 폼을 잡지만 쉽사리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아이에게 자아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받아주지 않고 아이를 다그치려 할 때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신생아 시절과는 또 다른 난관에 그동안 능숙해졌다 생각하던 내 모습에 부족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아이의 그런 모습에서도 사랑을 느낍니다. 훈육을 한답시고 매서운 표정을 짓다가도 아이의 행동 하나에 웃음이 삐져나와 고개를 숙이고 제멋대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만류하기도 합니다.


엄하고 강건한 태도 뒤에 아이의 속상함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아닐까 가끔 후회하고 곱씹어 보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들이라면 모두 비슷한 감정으로 하루하루 엎치락뒤치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더 수련이 필요한가 봅니다. 언젠가 이렇게 쉴 새 없이 부대끼는 날도 그리울 날이 올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오늘도 곤히 잠든 봄이 이마에 쪽 하고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 잠이 듭니다.




#2. 아빠와 둘이


처음으로 봄이와 단 둘이 기차를 타보았습니다. 고작 한 시간 남짓 거리의 할머니댁 방문이긴 했지만 아빠와 단 둘이 처음으로 여행 아닌 여행을 간 것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렇게나 작은 인간이 기차 한 좌석을 떡하니 차지하고 앉아 아빠랑 도란도란 여행을 간다는 게 묘한 기분을 자아냈습니다.


이제 고작 20개월이 된 아기에게 격세지감의 감정을 느끼며 혼자 웃음 지었습니다. 아직은 한 시간의 여행이 힘이 든 봄이지만 조금 지나 봄이 찾아오면 단 둘이 캠핑도 다녀보고 싶고, 꽃도 보러 나들이도 가보고 싶습니다.




#3. 대화의 시작


20개월이 되니 이제 많은 표현들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는 단어들을 아슬아슬하게 이어 붙이며 문장을 만드려 노력합니다. '안녕.. 나는.. 봄이야!..' '멍멍이..까까..먹어!' '아빠..이거.. 주쎄여!'


떠듬거리며 꾹꾹 눌러 말하다 마지막 단어에서 갑자기 붙는 자신감으로 몸을 치켜세우며 힘주어 외치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아이와 조금씩 대화가 되기 시작하자 아이가 만들어내는 기상천외한 문장과 표현들이 엄마아빠를 배꼽 잡게 만들기도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아직 대화다운 대화라 할 수는 없지만 엄마아빠를 따라 하며 하나 둘 표현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재잘재잘 봄이의 생각과 봄이의 세상을 들어볼 날을 기대해 봅니다.




#4. 너의 의미


찬기운에 밀려 서둘러 자리한 노포집 끝자락에서 나의 오랜 친구는 툭하고 질문을 건네었습니다.

"아이 키우는 것은 어때?"


아버지가 된 내가 익숙하지 않은지 친구가 전해온 가벼운 안부이자 격려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바깥공기와 달리 손을 호호 부비며 수선거리는 가게의 온기와 꽤나 어우러집니다.


아이를 만나고 그 의미에 대해 종종 곱씹어오던 터라 이내 어렵지 않게 대답했습니다.


"소중한 마음이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거야"

오랜 시간 원하고 갈망하던 것도 마주하는 순간부로 금세 익숙해지고 이내 질려버리곤 합니다. 허나 아이에 대한 마음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제가 그동안 내린 육아에 대한 정의 었습니다.


봄이 덕분에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아쉽지 않습니다. 아내와 둘이서만 근사한 저녁식사를 하고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겠지만 저는 지금이 좋습니다.


우리 세 가족이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늘의 저녁이 저는 좋습니다.









718일간의 소회




2025년 4월 6일








“일어나요~아침이에요~”

주말의 아침,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가 천사의 목소릴까 하며 멍하게 잠시 흔들리는 정신을 붙들어봅니다. 아직 다 뜨지 못해 반쯤뿐인 시야에 봄이가 이내 불쑥 얼굴을 들이밉니다. “아빠~ 일어나요~~”

곧이어 아내가 “봄이 잘 잤어?”라고 물어봅니다. 아빠도 그 사이 정신을 차리고, 아직 완전히 깨지 못한 목소리로 “잘 잤어?” 라며 봄이 머리를 더듬더듬 찾아 쓰다듬으며 인사를 건넵니다.

요즈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의 주말 아침입니다.


어느덧 23개월이 되어버린, 어느 순간 너무 커져버릴 봄이를 생각하며 그간의 기억들을 기록합니다.


#1. 안아줘요


요즘 아내와 저는 서로를 마주 볼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합니다. 미운 세 살, 미운 네 살. 말로만 듣고 티비로만 봐왔지 봄이에게도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봄이의 고집이 점점 엄마 아빠의 단호함보다 더 단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논리적이지 않은 단단함은 엄마와 아빠를 가끔씩 진 빠지게 만듭니다.


최근에는 밖에 나가면 도저히 걸으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사탕, 젤리 온갖 달콤한 유혹들로 봄이와 협상에 성공하고 ‘자 이제 걸어서 가는 거야’ 하고 받아낸 약속도 사탕과 함께 사르르 녹아 사라집니다.


“안아!! 안아줘 조금만 안아줘~~”


엄마 아빠 앞길을 막아서고 뒤통수가 조만간 바닥에 닿을 듯이 뻐팅길때면 딱히 방법이 없어 봄이를 안아 올립니다.

그러다 문득 아내가 품에 안겨 있는 봄이에게 슬며시 물었습니다.


“봄아, 왜 이렇게 안아달라고 하는 거야?”

곧 돌아온 봄이의 말이 우리의 머리를 순간 띵하게 만들었습니다.

“안아주고 싶었어~”

동시에 아내를 보드랍게 꽉 안아주는 봄이의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였는지, 아니면 그저 힘들어서 아이의 마음을 밀어낸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는지 이내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이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는 작은 인간이 엄마 아빠와 한번 더 눈 마주치고, 한번 더 안아주고 싶어서 자기를 안아달라고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랬을 수도 있겠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우리의 세 번째 봄을 기꺼이 바스러지게 안아보기로 합니다.




#2. 첫 캠핑, 성공적?


주말이 오기 일주일 전부터 제 마음은 두근두근 설레었습니다. 로망. 아내와 딸. 우리 세 가족이 함께 가는 캠핑. 이 로망이 일주일 뒤면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그럭저럭 월요병의 내상도 막아주었습니다.


아직 조금 쌀쌀하긴 하지만 따뜻한 난로도 있고, 맛있는 고기도 먹고 분명 너무너무 재미있을 거야!


정확히 일주일 뒤 일요일. 소파 위에 몸져누워있는 제 모습을 마주하였습니다. 감성캠핑을 꿈꿨던 저는 전쟁 같은 캠핑을 경험하고 전장에서 패배한 패잔병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미약하리라. 텐트를 치고 봄이와 아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 지 얼마 안 되어 날아온 강풍주의보와 함께 저희 옆 텐트가 훌러덩 날아가버렸습니다. 흡사 오즈의 마법사처럼 동화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잔혹동화. 와중에 봄이의 천진난만함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어 철수를 결심하였습니다.


부랴부랴 아내와 봄이를 차로 대피시키고 비를 쫄딱 맞으며 장비를 철수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비에 젖은 면텐트를 꼬박 하루를 말리고 나니 저도 오징어처럼 말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첫날 그 몇 시간 되지 않는 행복한 시간이 아른아른 거려 조만간 다시 한번 캠핑을 가볼까 합니다. 아마 아빠는 또다시 힘이 들겠지만 호로록 가버릴 봄이 아쉬워 한번 더 두근거리는 여행을 준비해 봅니다. (라며 캠핑장비를 장바구니에 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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