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에게 말 걸기
어른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언제부턴가 시간이 멈춘 듯한 한 시절이 모습을 드러낸다.
『감정을 마주하면 길이 보인다』는 그 멈춘 시간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성인의 마음 깊숙한 곳에 여전히 숨 쉬고 있는 유년의 흔적을 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서 함께 나누고 있다.
우리가 성인이 된 뒤에도 쉽게 흔들리고, 사소한 말에 깊이 상처받고, 어떤 상황 앞에서 이유 없이 두려워지는 순간들은 결국 오랜 시간 돌보이지 못한 ‘어린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
청소년 소설 속 상처 입은 주인공들을 떠올리면, 우리는 책이라는 안전한 거리에서 그 아이의 세계를 뒤편까지 관조하며 이해할 수 있다.
갈등의 배경, 상처의 결, 말하지 못한 마음의 무게까지.
그러나 현실의 아이들은, 그리고 현실의 어른들은 그렇게 선명하게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말로 드러나지 않은 감정의 층을 읽어 줄 어른이 필요하지만, 많은 경우, 그 역할을 해 줄 사람이 곁에 없다. 그렇기에 감정은 해소되지 못한 채 ‘핵심 감정(core emotion)’으로 굳어져 현재의 삶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p.16).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그 빈자리를 조용히 메워주는 힘 때문이었다. ‘감정을 돌봐줄 어른’을 만난다는 것은 타인을 통해 나를 위로받는 경험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 책은 아직 어린아이로 남아 있는 우리 안의 시간을, 스스로 돌보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볼 의미를 찾아준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내고, 그 시절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언어로 짚어 내는 과정은 독자를 다시 자기 자신에게로 데려온다.
우리가 같은 감정에 반복적으로 걸려 넘어지는 이유는 운명이 아니라 상처이며, 따라서 치유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이다(p.41).
『감정을 마주하면 길이 보인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 상처를 감추는 데 썼던 에너지들이 내 인생을 살아가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졌다.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즉, 이 책은 감정을 피하지 않을 때, 비로소 길이 열린다고 말하고 있다.
그 길은 멀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한때 돌보지 못했던 ‘어린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보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2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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