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오월의 청춘

by 십이월의 봄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각오가 필요했다.


책 속의 문장들과, 그 문장들이 불러올 장면들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얼마나 내 마음을 축축하게 적시고, 무겁게 가라 앉힐지 기꺼이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소년이 온다, 한강>를 읽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는 동안 여러 계절이 지났다.



1980년. 광주. 때와 장소만으로도 가슴이 벌컥벌컥 뛴다. 여기에 ‘오월’이 더해지면, 마음은 부풀었다가 쪼그라들기를 반복한다.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소설 속 문장들은 묻지 않는다. 대신 말한다.


“다음의 일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더 기억하라고 나에게 말할 권한은 이제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침묵은 부정이 아니다.



아니요, 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올라오던 군인들이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다.


어둠과 폭력의 세계 속에서 목숨을 잃어야 할 이유가 과연 존재했을까.


갖은 고문 끝에 몸에 남은 흔적들, 그리고 마음에 깊게 각인된 상처들.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은 채 이어가야 했던 삶들. 1980년 광주, 오월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날은 여전히 사람들의 몸과 마음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다.



읽는 동안, 드라마 〈5월의 청춘〉이 떠올랐다. 이 책의 어느 페이지 끝자락에는 보이지 않는 명희와 희태도 함께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동생을 살리고 싶었던 명희의 마음도, 끝내 다 전해지지 못한 말들도 함께.
오월이 되면 유난히 마음이 아린 사람들이 있다. 오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 앓는 이들도 있다.



〈소년이 온다〉는 기억하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잊은 채 살아온 시간의 무게를 조용히 되돌려 놓는다. 같이 마음 아린 이가 될 수 있고, 잊지 않아야 할, 역사적 기억을 함께 나눈 이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소년이온다_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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