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반 만 하자. 지금은 40대니까.
"지금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힘에 부칠 땐 그냥 반 만하면 돼요. 40대라면 반 만해도 성공한 것입니다. 지금 다 못할지라도 괜찮아요. 50대가 되면 또 다른 능력과 혜안으로 그 나머지가 저절로 해결될 거예요."
이번 주 뉴욕에 오신 김미경 학장님의 강의를 듣는 순간 그 간 가슴 중앙에 얹혀 있던 돌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작년 말부터인가 하루 걸러 하루 ‘마음속 널뛰는 일’이 많아졌다. 어떤 날에는 파이팅 넘쳤다가도 어떤 날에는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가’ 공허감이 밀려왔다. 해야 할 일은 많은 데 힘은 부치고. 내 의지가 부족한가 그럴 때마다 그 원인을 나에게 돌려 자책하고 또 반성했다.
”백세 시대에서 100살을 24시간으로 환산하면 50살은 12시 정오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 40 대라면 점심도 먹기 시간이에요. 늦잠 자는 이에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시간이에요. 따라서 이 시간에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건 절대 늦은 게 아니에요. “
코비드 팬더믹이 시작되면서 ‘나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 왔다. 덕분에 많은 시도도 해봤고 그 안에서 새로운 행복감도 얻었다. 적지 않은 고민들이었지만 여전히 '나답게 사는 것' 명쾌하지 답을 찾지 못했다. 어떤 날에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달고 오히려 미궁으로 빠질 때도 많았다. 게다가 작년 말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이 길이 맞나” “너무 늦게 시작한 건 아닌가” 하며 종종 상실감까지 느꼈다.
"40대 분들 지금 너무 다 해결하고 다 잘하려고 하지 말아요. 결혼, 출산, 육아 등 40대는 나의 24시간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쓰는 시간’이 더 많은 나이예요. 그러니 다 못하는 게 당연한 거예요. 낙담하지 마세요. 대신 진정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은 멈추지 마세요.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50대가 되어서 가족들이 더 이상 내 도움을 원하치 않을 때, 더 큰 상실감이 올 수 있어요. 지금 바쁜 틈 속에서 ‘나답게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잘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정한 목표를 다 못하겠다 싶으면 그냥 반만 하세요. 그 나머지는 40대 이후, 모든 것들에 훨씬 수월해진 내가 해줄 겁니다."
강의를 듣는데 그야말로 토닥토닥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직장맘으로 애들에게 전업주부만큼 신경을 못써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미국 태생이 아닌 내가 직장에서 남들보다 유창하게 영어를 못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육아와 집안일을 걱정할 필요 없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내 공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더 이상의 ’ 내 안의 문제점 찾기‘를 버리고 내 기대치 또한 반으로 접기로 했다. 지금의 삶 속에서 새로이 뭔가를 시작했다는 것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자.
매일은 성실히.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마음에 조급증이 올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이동진 평론가의 삶의 모토. 그의 말처럼 올해는 그저 내 앞에 놓인 하루하루 성실히 보내보련다. 마음먹기에 달라지는 곳이 인생이지만, 반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것 또한 인생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오늘의 몫을 성실하게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삶의 정점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지름길 일수도 있겠다. 그렇게 보내다 보면 시간이 흐름이 자연스레 나의 자리를 찾아주겠지. 그 자리 위에서 내 마음속 웃음꽃이 핀다면 그곳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