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블로그 닉네임을 정하라’는 물음에 자연스레 ‘치즈맘’이라 적었다. ‘치즈’라는 태명을 가지고 있던 첫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엄마’라는 새로운 자리에 매일 설레었던 때였다. 블로그 내용 또한 아이 관련이 주를 이루었으니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3-5-7-9법칙은 비단 직장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다. 육아 5년 차가 되자 두 아이 육아에도 제법 능숙해졌고, 아이들 모두 초등학생교에 들여보내는 육아 7년 차가 되니 마침내 한 숨 돌리고 슬슬 육아에만 쏟았던 시선을 다른 것들로 돌리기 시작했다. ‘치즈맘’이라는 닉네임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 것도 아마 이때 무렵이었던 것 같다. 물론 엄마라는 타이틀이 싫은 것 아니지만 ‘맘’이라는 한 단어로 나의 모든 것을 규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모두들 또 다른 나의 페르소나로 일부러 ‘부캐’를 만드는 인터넷 공간에서 굳이 대놓고 내 모든 것을 하나의 단어에 국한시켜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봄치즈.
과감히 ‘맘’을 빼고 제일 앞에 넣은 단어는 ‘봄’이었다. 나는 왜 그 단어를 선택했을까. 사실 분명치는 않다. 간절기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봄만을 유난히 사랑하지도 않았다. 이 전까지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좋냐는 질문에도 내 생일이 있는 ‘가을’을 먼저 얘기하곤 했으니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처음 만든 이메일 주소, 대학교 계정, 싸이월드의 아이디 모두 spring이 들어가 있었다. 뭘로 만들까 고민했던 당시의 기분으로 돌아가보니 ‘시작’, ‘처음’이라는 단어에 봄이 가장 잘 어울려서 그랬던 것 같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을 연상시키는 이 계절의 설렘을 좋아하기도 하고. 새로운 한 해살이를 시작하려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있을 법한 ‘미래를 향한 희망’ 또한 연상되기도 한다. 추위에 움츠려있었던 내 어깨를 따뜻한 햇살로 살포시 감싸주는 그 따스함 또한 언제나 기분 좋다.
닉네임을 바꾸는데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던 이유는 나도 모르게 그만큼 봄을 좋아하고 있었고, 은연중에 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내 자신’과 ‘엄마’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다 담고 있는 봄치즈라는 이름으로 적어보는 내 마음속 이야기들. 어제의 꽃샘추위를 몰아낸 한층 더 따뜻해진 봄기운 아래 산책하고 왔기 때문일까. 아지랑이 새싹처럼 피어나는 오늘의 생각들이 어느 때보다 싱그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