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껏 난 외향적인 사람인 줄

진정한 나의 성향 찾기

by 봄치즈
나만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
가장 먼저 거쳐야할 단계는
'진정한 나'에 대해 알기이다.


누구보다 스스로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항상 바쁘고 그 바쁨을 즐길 줄 알고 사람만나는 걸 좋아하는 외향적인 스타일.

긍정적이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도 많으며 매사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한 달리기에 능한 스타일.


이러한 내 성격에 대한 나의 확신에 강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던 건 코로나 집콕 생활부터였다.


난 과연 그런 성격인가?


미국의 셧다운 행정조치 한 달후, 친구들 지인들로 부터 전화 오기 시작했다. 남편과의 갈등, 피곤한 일상들이 쌓여 결국 폭발한 것. 모든 비즈니스 활동들마저 중단 되었던 기간, 강제적으로 집에서만 생활해야 하다보니 왜 아니 힘들겠는가. 나 역시 엄청나게 늘어나는 피곤함을 겪으며 그들의 하소연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때마다 느낀 것이 있었다. 육체적인 피로함을 떠나 사실 심적으로는 그들만큼 힘들지 않다는 것을. 곰곰히 따져보니 지금의 코로나 집콕생활과 10여년 전 미국으로 오고 나서의 생활 간에는 그리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물론 코로나 기간에는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한다는 점(굉장히 큰 변화다)이긴 하지만.


재택근무, 아이들 학교 및 학원 라이드, 육아 및 집안일. 이 세가지로만 구분되는 내 생활 패턴을 보면 동선 또한 집, 학교, 학원이 다였다. 집이란 '잠만 자던 숙소'로만 이용했던 한국에서의 삶. 그 때의 마인드로 지낸다면 예저녁에 가출해야했어야 할 판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가정을 꾸렸으니 아내, 엄마로서 모든 환경이 처음인 생활. 난관이 없었다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삶 속에서도 남편과 큰 탈없이 무던히 잘 지내온 것 보면 아이러니하다. 엄밀히 말해 집콕생활로 많은 부분 마음의 안정감을 많이 찾았던 부분도 없지 않았으니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그 간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나? 아니면 엄마가 되고나서, 혹은 미국에 와서 내 성격이 바뀐건가?


나라는 사람의 성격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되면서 맞닥뜨리게 된 의문들은 토드 로즈의 책 <평균의 종말>을 통해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개별화 교육 시스템에 대해 쓴 이 책은 우리 삶에 많은 부분 이용하는 기준, '평균치'와 '평균값'의 헛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MBTI 등 여러 적성평가, 성격검사 들 또한 여러 사람들의 자료 및 데이터들로 얻은 통계치에 기반한 것으로 사실 상 그 데이터들의 '평균'일 뿐 이것이 각 개인별 정확한 특성을 100%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격 또한 단 몇가지 문항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것. 예를 들어 공룡을 너무 좋아하는 한 아이는 보통 매우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공룡 박물관에 가거나 생물시간 공룡 주제가 나오면 굉장히 활발해지고 자신감을 가지며 발표도 잘한다. 그러면 이 아이는 외향적인 것일까 내향적인 것일까. 모든 사람은 자기에게 가장 편안한 환경에 놓였을 때 자신이 원하는 에너지를 쉽게 표출할 수 있다. 따라서 몇 가지의 예시로 그 아이의 성격을 정의하는 건 어려운 일인 것이다. 결국 한국 생활과 비교해보면 '고립생활'이라고 보일 수 밖에 없는 지금의 미국 생활은 지금 나에게는 어쩌면 가장 편안하고 필요한 환경이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아이들을 위해 재택근무가 가능한 곳을 골랐던 이유 또한 아이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를 위한 좋은 방안이었다. 엄마가 된 것 만으로도 벅찬데 그 이외의 외국 환경에서의 회사 출퇴근 및 인간관계를 위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그것이 주는 새로운 자극들을 최소화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평균의 종말>을 통해 그간 내가 생각해왔던 나의 성격들은 그저 과거 겪어온 환경 속에서 지내온 스스로의 모습들만 보고 결정내린 '나만의 평균치'라는 결론에 이르자 진정한 나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이 후 접하게 된 남인숙 작가의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란 책은 내 스스로의 무릎을 치게 한 책이다. 이 후 잊고 있었던 과거 내 진정한 모습들을 상기시키고 지금의 나를 이해시킨 책. 학창시절 내내 학급 임원을 하고 대학교 과대표까지 하며 활발한 내 모습에 가려졌던 지난 어린 시절 장면들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 둘 씩 떠올랐다. 집에서는 그리 까불거리건만 유치원에 가면 입에 지퍼를 달았던 아이. 수줍음이 너무 많아 질문을 하면 드릴듯 말듯 '네', '아니오'로만 말하던 아이.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있는 상태에서 의견을 말하라 재촉하면 눈물부터 나기 시작했던 아이. 그리고 학교 끝나면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는 엄마 옆에서 학교에서 있던 일을 쉼없이 얘기하고 이후 책보기에 빠졌던 아이. 다행히 이 같은 성격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많이 변화왔다. 모든 것에 기다려주고 재촉하지 않으면서도 웅변학원 등 여러 발표회 기회에 참여하길 독려해주시고 항상 잘한다 응원만 해주시던 부모님이었다. 여행과 등산, 영화감상을 좋아하시는 아빠의 영향으로 자연, 문화 생활이 주는 힐링도 일찌감치 알게 되었고 가족내에서는 항상 노래, 구연동화를 선보이는 재주꾼이었다. 결론은 난 선천적으로는 내성적인 기질이 많은 아이였으나 부모님 도움과 가정 내 환경으로 필요와 상황에 맞게 외향적인 사회성을 잘 드러낼 줄 아는 '성격 전환을 잘하는 아이'로 성장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마감에 쫓던 결혼전 회사 생활에서도 마감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홀로 서점 및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던, '나만의 홀로 시간으로 에너지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내향적인 성향이 감사하게도 미국의 환경에 잘 부합되면서 그나마 지치지 않고 잘 적응해 왔던 것이다.


혹시나 '난 정말 내 성향이나 기질을 모르겠다'면 한 가지 물음을 되물어 보면 된다. 보통 휴식 시간이 생기면 나는 집에서 책이나 영화를 보는가, 아니면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가. 심리학자 칼 융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기 충전을 하는 스타일이라면 내향적인 성향이 많은 것이고 반대로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면 외향적인 가능성이 큰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는 전반적인 성향을 말하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외향성, 내향성이 더 강해지기도 한다.


나의 진정한 성격 분석에 시원한 마침표 역할을 해준 또 것은 갤럽에서 발간한 책 <StrengthFinder 2.0> 이었다. (한국에서는 번역서로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으로 출간되어있다.) 갤럽의 성격 강점 조사인 'CliftonStrengths assessment'에 참여할 수 있는 쿠폰 코드가 첨부되어있어 사이트에 들어가 평가를 해본 후 나의 5가지의 강점에 대해 리포트를 받을 수 있다. (한국어를 선택하여 테스트를 할수 있다) 많은 성격 검사들을 보아왔기에 그 결과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으나 입소문에는 이유가 있을 터. 책을 훑어보니 '회고,' '공정형,' '자기확신,' '연결성' 등 책에 나열된 34가지의 타이틀이 다소 신선한 느낌이다.


이 테스트의 결과 나에게 나온 강점 5가지는

Relator (절친)

Intellection (지적사고)

Indivisualization (개별화)

Responsibility (책임)

Discipline (체계)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각 강점별 자세한 설명글을 읽다보면 단순히 제목으로 유추했던 내 생각과 내용 분석이 매우 달랐다는 점이다. 또한 나의 강점과 잘 맞는 상대방 (파트너 및 회사 동료들)의 강점도 알려주고, 이 강점을 가진 사람들을 다루는 법도 알려주기에 생활 적용면에서도 실용적이다.


이 책의 매력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는 '지적사고'에 대한 나의 강점에 대한 설명을 봤을 때이다. 나와 정말 친하지 않고는 알수 없는 (혹은 이제껏 나조차 가늠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명쾌하게 나와서 놀라웠다. '고독' 및 '혼자있는 시간'이 스스로에게 매우 중요하고 오히려 이 시간들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그것으로 강해진다는 내용에서는 나를 꿰뚫어보는 기분이었다. 무슨 문제든 다각적인 시선으로 생각하고 성찰하는 것이 강해서 "Big thinker"의 장점이 있으며 철학, 문학, 심리학 등과 관련된 주제들에 상당한 흥미를 갖고 있다 부분까지. 가장 놀라운 부분은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라는 제안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내 생각에 집중을 하고 그것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Take time to write. Writing might be the best way for you to crystalize and intergrate your thoughts") 작년 초 갑자기 드는 생각으로 '노트에 끄적이던 것을 블로그로 옮겨보자'는 소소한 시작점으로 티스토리를 시작했고 이후 올해 초에는 네이버 블로그로 이어 이 곳 브런치에 글을 남기기까지 어쩌면 이 모든 과정들이 내 강점에 의해 나도 모르게 만들어 온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밖에 '개인마다 각각의 특성이 다르기에 모든 요소를 존중해줘야하며, 고로 모든 개인마다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개별화' 특성 또한 그야말로 내가 평소 갖고 있는 생각 그대로였다. 쯤되면 내가 왜 개별적 수치가 아닌 평균적 수치만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시스템을 비판하는 <평균의 종말>에 깊은 공감을 많이 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이제껏 많은 소소한 목표들을 세우고 그것에 달성을 해왔지만 내가 내 성격에 대해 제대로된 파악을 했다는 그 기분은 그 어떤 성취감보다도 큰 것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떠한 강점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난다면 그 이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위한 시간을 찾는 것은 훨씬 더 수월해진다. 이는 마치 나만의 공간인 집을 짓기 전 그것을 올리기위한 기반과 주변 환경이 어떤지를 알아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해변의 쬐는 듯한 태양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알라스카에 집을 짓는다면 그 어떤 재질로 짓는다 한들 그 삶을 즐기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 환경이 결정되어야만 그 지역적 특성에 걸맞는 소재들을 손쉽게 고를 수 있는 법.


"난 OO한 사람이야"라는 강한 확신이 있다 할 지라도 한번 쯤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코로나 집콕 생활이 없었다면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 어릴 적 소심했던 행동과 모습들이 영원히 떠오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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