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간 (Me-time) 찾기 프로젝트
아침잠은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이다.
-앤드류 카네기
5여년 전 쯤인가 ‘새벽형 인간’ 이란 말이 책과 미디어를 통해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빌게이츠, 워렌버핏 등 이른바 모든 성공한 사람들 모두 ‘이른 새벽녘에 일어나 남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른 바 ‘부자들의 비법’으로 꼽히는 이 새벽기상 습관에 혹 하면서도 육아 한창으로 매일 아침참이 부족했던 그 시절, 그 법칙에 예외를 두고 싶었다. “그럼 새벽형 인간이 아닌 올빼미형들은 절대 성공을 못하는 건가.” 학창 시절은 물론 밤샘 야근이 많았던 직장 생활, 그리고 아이 잠들고나서야 한숨돌리는 육퇴 등 하루를 마무리해주는 야심한 새벽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 사실. 일평생 지속되었던 내 바이오리듬을 억지로 거슬리면서까지 새로운 루틴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무시해왔던 ‘이른 아침 시간’에 처음 관심이 생긴 것은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약골임에도 강한 정신력만 믿었던 것이 사단이 난 것.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일년에 8번 이상 몸살감기, 편도선염에 걸렸다. 발열에 밤잠을 설치고 항생제를 연이어 먹어야되는 상황이 계속 되자 미국 의사들이 편도선 절제술을 권하기 시작했다. 통증을 생각하면 당장 수술을 받고 싶었으나 최소 2주는 휴가를 내야한다는 말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주변에 도와줄 가족도 없고 남편 또한그렇게 오래 휴가를 낼 수도 없는 상황. 남을 믿지 못하는 성격에 누구한테 곧이 맡기는 성격도 못되니 아이들의 유치원과 학교 라이드부터 걱정이었다. 무엇보다 한국과 달리 수술을 해도 이후 입원 절차도 없고, 링거도 없단다. 항생제 처방을 웬만해서는 안하는 미국 의사들의 스타일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아프면 어쩌냐’는 물음에 ‘아프면 시중 타이레놀로 사서 먹어라. 아마 피를 몇 번 토할 것이다’라는 말은 그야말로 공포스러웠다. 우선은 최대한 수술을 늦춰보자는 각오로 의사 상담과 함께 급한대로 자가 면역을 키우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그 좋아하던 커피도 끊고 홍삼차 유자차 등으로 대신했다. 툭하면 거르던 끼니 및 식단에도 신경을 쓰고, 필요한 영양제와 비타민 복용도 열심히 했다.
일 년이 지나 감기, 발열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전히 피곤하면 바로 반응하는 편도선. 의사가 내린 마지막 명령은 ‘규칙적인 운동’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내 인생의 중요한 미션이 되어버리다니. ‘살아야겠다 생각으로 걷기 및 운동을 무조건 하라’는 의사의 특명은 거스르기 힘들었다. 사실 이에 대응할 적절한 대안도 없었다. 그녀의 조언대로 그나마 좋아하는 매일 걷기와 ‘가장 몸을 적에 움직이는 듯’한 요가를 선택했다.
매일 걷기는 원래 좋아하는 활동이라 시작도 수월했다. 오전 아이들을 유치원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일하기 전 10분, 점심시간 15분, 하교한 아이들과 집앞에서 15분 등 시간이 날 때마다 걷기로 채웠다. 문제는 요가다. 한번 시작하면 적어도 30분은 필요한 운동이었다. 당시만 해도 늦게 잠자리에 드는 올빼미과였기에 당연히 요가시간은 일이 끝나고 집안일, 육아에 이어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난 이후, 10시무렵 부터였다. 가뜩이나 피로감이 몰려오는 밤, 운동을 위해 엉덩이 드는 것은 세상 제일 힘든 일이었다. 엎드려 있는 요가의 ‘아기 자세’를 하다 나도 모르게 잠든 적도 다반사. 이 마저도 점점 꾀가 나 밀린 집안일, 낮에 다 못한 회사일 등을 핑계로 그 시간대를 슬슬 미루고 빼먹기 시작 했다.
‘그냥 포기하고 많이 아파지면 한국가서 그냥 수술받자’고 생각할 무렵 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빌린 할 엘로드의 책 <미라클모닝>은 그야말로 전환점이 되었다. ‘무조건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스타일’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그저 자신이 일어나던 시간보다 30분,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나 보라’는 현실적인 조언이 용기를 주었고 무엇보다 단순히 ‘성공’을 위한 방법이 아닌 ‘자기 돌봄’, ‘나를 위한 시간’으로 새벽기상을 접근하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결정적으로 ‘밤에 능률이 더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혹시나 지금 저녁에 하는 일들이 피곤하다면 30분 일찍 일어나 시도해보라’는 말에 해보고 싶은 맘이 생긴 것. 무엇보다 저자 또한 아침 새벽 루틴에 ‘20분 운동’을 넣은 것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돈드는 것도 아닌데 굳이 안 해 볼 이유도 없었다. 첫 날에는 30분만 일찍 일어나 ‘운동’에 초점을 맞췄다. 밤에 했을 때 만큼 하고 나서 피곤하지도 않고 오히려 상쾌함이 드는 기분이 신기했다. 2주, 한 달이 지났을 때는 예전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요가에 스쿼트, 플랭크까지 하고 있었고 이른 아침만이 주는 ‘하루의 기운이 싹트는 듯한’ 그 느낌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후 요가에 대해 조금 더 심도있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 가까운, 새벽반이 있는 요가학원에 등록해서 일주일에 세 번씩 2년간을 다니기 시작, 이 후 요가 선생님으로부터 명상과 마음챙김도 대해서도 배우게 되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일 년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은 지 오래다. 건강 상태가 좋아졌지만 지금도 길면 새벽 2시간, 아무리 늦게 자도 무조건 1시간 이상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아침에 갖고 있다. 운동 이외에도 이 시간동안 나를 행복하게 충전시켜주고 그 것으로 성장시키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때 아프지 않았다면 ‘미라클 모닝’의 그 맛을 알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힘들었던 그 시절이 있었음에 감사하다.
혹시나 ‘난 100% 올빼미형’이라 생각하거나 ‘새벽형 인간은 아침잠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렇게 생각했던 일인으로서 그러함에도 한 번쯤 미라클 모닝을 시도해보기를 추천한다.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수면시간을 줄여야 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 8시간을 꼭 자야되는 사람이 있고, 4시간 자도 충분한 사람도 있으니 자신의 몸에 맞게 시도해보면 된다. 중요한 점은 ‘일찍 일어나려는 시간’을 정해 놓은 상태에서 자신의 수면시간을 계산해서 자는 시간을 정하면 된다.
야심한 밤과 친한 생활을 오래 해왔었고 엄마가 된 후에도 밤하늘이 주는 따뜻함으로 마음의 위안을 많이 받았기에 여전히 ‘고요한 나만의 밤’을 사랑한다. 그렇다고 새벽이 주는 싱그러운 설레임과 밤과는 또다른 신비로운 정기를 평생 못 느껴보고 살기엔 그 또한 아깝다. 단 30분이라도 조금 일찍 일어나 운동, 독서, 명상 등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길. 자기 전 새벽 2시와 기상 후 새벽 5시가 주는 그 색다른 선물들을 다 겪어 본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힐링과 충전이 어느 시간대에 맞는지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나만의 또 다른 특권이 덤으로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