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 밖에 없는 여행

by 봄치즈

“아이들 스키 타고 싶어 하는데 이번 휴일 주말에 스트레튼으로 스키여행 갈까?”

“응... 생각해 볼게.”


남편의 제안에 흔쾌히 ‘그래!’라는 말이 안 나왔다. 나이 들어 흥미가 완전히 떨어진 레포츠 중 하나가 바로 스키다. 눈 오는 날의 운치와 그 정경은 여전히 사랑하면서도 점점 매서운 겨울 추위만큼은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전기장판 없이는 살지 못하는 데 하루종일 추운 밖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걸 생각하면 더욱 가고 싶지 않다. 게다가 헬멧, 스키, 스키 부츠, 스노보드 등 가져가야 할 장비들이 많다 보니 가기 전 짐 쌀 때부터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 같은 것에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게 시간이 갈수록 떨떠름해진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 집 아이들이 겨울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크리스마스가 있고 스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젊은 에너지는 다른 듯. 살을 에이는 것 같이 추운 날에도 ‘시원해서 좋다’며 칼바람 속을 이곳저곳 내달리니. 차가운 바람에 볼이 시 벌겋게 달아올랐음에도 신난다 함박웃음 짓는 아이들. 아이들이 좋아하니 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온 식구 모두 같은 레벨의 트레일을 타고 함께 다녔는데 5여 년의 스키 숙련자가 된 아이들은 이제 우리 부부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최난이도 코스만을 고집하는 ‘겂없는 무법자’들이 되었다. 반대로 우리는 ‘잘못 넘어지면 뼈에 금나기 십상이다’라는 생각에 점점 더 안전에 집착하고 '절대 안 넘어지리라' 조심스러워지니 스키만의 ‘스릴 있는 재미’를 점점 못 느끼고 있다.


“엄마, 나 어릴 적 킬링턴 갔던 때를 잊지 못해요. 그때 엄청 긴 슬로프 타고 내려와서 먹었던 와플 맛이 아직도 기억나. 그때부터 스키가 너무 재미있어졌어요. 나중에 나도 아이들 낳으면 거기 꼭 데리고 가려고. 우리 가족 전통이다 하면서.”


초가을부터 언제 스키 갈 거냐며 물어보는 아이들. 저녁 식시시간 아이들이 몇 년 전 갔던 스키장을 언급하며 그때의 모든 장면들을 즐겁게 회상한다. 작년에도 거의 매주말 가서 이제는 좀 시들해지겠거니 했는데 그 반대였다. 아이들의 행복한 경험담을 듣고 있으니 '이번에도 스키여행을 아니 갈 수 없겠구나' 싶다.

동시에 생각난 책 속의 한 문장.


“나이 들어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값진 유산은 값비싼 명품도 아니요 다름 아닌 ‘가족과 함께 경험했던 행복한 기억이다.”


결국은 함께한 시간들이다.


타국살이 중 나에게 가장 큰 에너지를 주는 것 또한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했던 기억들. 그것이 가진 힘과 지속력을 알기에 나 또한 부모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다.


이번에 계획하는 여행 또한 훗날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면 부모로서 절대적으로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긴, 요즘 하루 멀다 빨리 크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생각해 볼 때 이렇게 스키 갈 날도 그리 많지 않았다.


추운 날 호호 불며 아이들과 함께 나눠 마시는 따뜻한 핫코코와 눈 속에서 나자빠지는 아빠 모습에 낄낄거리는 아이들의 모습 또한 나중에는 너무나 애틋해질 내 인생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어떤 특별한 에피소드가 생길지. 남편과 스키 예약을 마치니 나름 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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