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항해

by 봄치즈

이유 없이 헛헛만 마음이 몰아칠 때 듣게 되는 노래들이 있다. 김동률의 <고독한 항해>가 그중 하나다. 숨어있는 명곡 찾기를 하다 5여 년쯤 우연히 알게 된 곡. 보통 노래의 가사를 곱씹어보는 편인데 다소 외로운 타국살이에서의 내 모습이 겹쳐지며 노래로부터 따뜻한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종종 ‘오랜 친구’가 그리운 날이면 고이 모아 둔 옛 편지를 꺼내 읽는 듯 꺼내 듣게 되는 노래다.


함께 배를 뛰웠던 친구들은 사라져 가고
고향을 떠나온 세월도 메아리 없는 바다 뒤편에 묻어둔 채
불타는 태양과 거센 바람이 버거워도
그저 묵묵히 나의 길을 그 언젠가는 닿을 수 있던 믿음으로
난 날 부르는 그 어느 곳에도 닻을 내릴 순 없었지
부질없는 꿈 헛된 미련 주인을 잃고 파도에 실려 떠나갔지
난 또 어제처럼 넘실거리는 순풍에 돛을 올리고
언제난 같을 자리에서 날 지켜주던 저 하늘에 별 벗 삼아서
난 또 홀로 외로이 키를 잡고 바다의 노랠 부르며
끝없이 멀어지는 수평선 그 엔젠가는 닿을 수 있단 믿음으로


아스라이 노을이 저무는 저녁 시간. 타박타박, 몰아치는 피곤함에 오늘따라 유난히 발걸음이 느려진다.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즐겨찾기’ 리스트에서 이 노래를 선택한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이었다.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 했음을. 그리고 ‘난 그걸 알고 있다’라 말해주는 듯한 노래의 토닥임에 다시금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연인가. 돌아 온 집, 책상 위에 시선을 사로 잡은 건, 노래와 같은 소재를 담고 있는 <파이 이야기>였다. 다시금 읽어보려고 아침에 꺼내놨던 책이다. 항해 중 난피가 되어 가족들을 다 잃고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오랜 시간 떠돌다 구출되는 한 소년의 이야기. 가는 길이 맞는 방향인지도 모른 채 외로이 키를 부여잡고 있는 그 아이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다.

‘리처드 파커가 없었다면 삶을 금방 포기했을 것’이라는 파이의 말처럼 리처드 파커는 어쩌면 사실 실존하지 않은 ‘파이를 지탱해 주었던 그의 자아’였을지도 모른지. 마지막 반전의 내용도 인상적이지만 장기간 그가 해 온 ‘고독한 표류의 시간’ 자체로 우리 인생의 많은 면모를 담고 있는 듯하다.


따뜻한 위안과 친구가 되어주는 노래와 책으로 마무리 하는 하루. 이들과 함께 한 ‘오늘의 항해’는 어느 때보다 든든하고도 포근하다.


ship-7679100_1280.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