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해몽

by 봄치즈

새벽녘에 눈이 떠졌다.

별로 기분 좋지 않은 꿈이었다. 친한 언니 부부가 나왔는데 오빠가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는 꿈이었다. 그간 연락을 자주 못했는데 무슨 큰일이 일어난 건 아니겠지.


바로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럼 이번에는 다시 기분 좋은 꿈이 꿔질까 싶어서다. 다행히 이번에는 친한 대학 동기가 꿈에 나와 함께 대학교 캠퍼스를 거니는 꿈이었다. 좋아했던 동산에 앉아 ‘어릴 때가 좋았지’하며 추억을 공유하는 우리 두 사람이 보인다. 눈을 떠졌을 때는 다시 잔 지 2시간 정도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래도 큰 사건(?) 없이 평화스러운 이미지로 두 번째 꿈이 마무리된 것 같아 안도감이 든다.


최근에는 꿈을 거의 꾼 적이 없는데 연달아 두 번이라니 이상했다. 무슨 메시지를 주는 건가. 과거에는 꽤 이유 있는 꿈을 꿨었다. 몇 년간 연락을 못했던 지인이 꿈에 나타나 겸사겸사 연락을 취해보면 대부분 ‘임신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전화를 한 뒤 한 달 내로 ‘임신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와 내 안에. 삼신할머니 기운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이번 꿈에 조금 신경이 쓰이는 건 뭔 줄 알아? 둘 다 이제는 임신이 절대 가능한 나이가 아니라는 거지. 설마 안 좋은 일은 아니겠지?”


“아주 잘 살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 오늘은 잠 좀 일찍 자고. 잠을 푹 못 자서 꿈꾼 거야.”


직관과는 거리가 먼, 현실적인 남편에겐 역시나 내가 꾼 꿈은 개꿈일 뿐이었다. 뭔가 있을 수도 있다는 나의 이 강한 느낌이 맞았음을 보여주리라. 아침 산책 길, 두 사람에게 연락을 해본다.


임신했다면 '기적'에 가까운, 친한 언니부터. 내용이 그리 좋지 않았으니 너무 자세한 묘사는 건너뛰고 그저 언니 오빠가 꿈에 나왔다 말한다.


“어머 왠지 네가 꿈을 꿨다니 뭔가 으스스한데? 너 은근 꿈 잘 맞추잖아. 아 요즘 변화가 있긴 했지. 동네 축구팀에 빠져 매일 코빼기도 안 보이던 오빠가 발이 다쳐서 요즘 어쩔 수 없이 우리들과 붙어 지내고 있거든. 하하. 얼마나 고소하던지. 나야 애들도 봐주고 하니까 오래간만에 편한데 그는 죽을 맛일 수도 있지.”


“에이 아니겠지. 잘 지낸다니 좋다.”


라고는 말했지만 실제로 극 외향적인 오빠가 집에 갇혀있게 되니 그가 꽤 답답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가 꿈에서 베란다를 뛰쳐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뭔가 연관성이 있어 보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두 번째 꿈에 나왔던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말도 마. 최근에 사춘기 심해진 우리 딸 때문에 얼마 전, 남편까지 참다 참다 결국 뒤집에지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진짜 무자식이 상팔자야.”


전화를 받자마자 사춘기가 심하게 온 아이와의 전쟁 같은 하루들에 대해 봇물처럼 이야기를 쏟아내는 친구. 서로 공감했다 위안했다 하면서 이런 고민들이 전혀 없었던, 지난 학창 시절을 기분 좋게 회고하는 것으로 대화를 즐겁게 마무리한다. 꿈에서 담소를 나누던 우리의 장면과 비단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역시 꿈에 다 이유가 있었다’며 남편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꿈보다 해몽이네. 사실 맞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덕분에 사람들하고 통화했으니 좋네.”


스스로도 꿈의 내용을 그들의 이야기에 억지로 껴맞추는 생각이 들어 남편의 말에 동의가 되면서 피식 웃고 만다. 그래도 시차 및 바쁜다는 핑계로 연락을 못하게 되는 한국 지인들에게 안부인사를 전하에 해준 꿈이었으니 어쨌든 ‘좋은 꿈’ 인건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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