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날. 바로 남편이 출근하는 날이다.
코비드 팬더믹 기간부터 이곳 미국 회사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1-2년 전부터 다시 일주일 최소 2-3번씩 출근하기 시작했고 트럼프 정부에 들어와서부터는 모든 공무원 및 많은 회사들이 매일 출근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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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운 좋은(?) 우리 부부는 여전히 재택근무 중이다. 나 같은 경우는 애초 코비드 전부터 재택근무 조건으로 들어왔기에 앞으로도 큰일이 있어나지 않는 한 출장을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다. 본사가 타주에 있어 재택근무 요구가 합리적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현지 사무실 근무할 수 있는 직원을 원하는 회사 방침으로 회사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가끔씩 느끼는 고립감을 제외하고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반면에 남편은 ‘본인 고집’에 기반한 재택근무다. 매일 맨해튼으로 출근하다 코비드 기간부터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이후 2년 전부터 회사의 방침은 주 3회 나오라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직원들의 대놓고 안 나가는 등 회사 지침을 무시(?)하다 보니 (정말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작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나오라'며 정책을 바꾸었는데도 이마저도 다들 안 나가며 ‘안 나가면 배 째라’식이다. 하는 일에 있어서 특수성이 있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구하기가 힘든 상황. 그렇다 보니 오히려 일하는 직원들의 파워가 큰 것 같다. 게다가 남편팀 팀장은 대놓고 플로리다로 이사를 가 아예 회사에 안 나가니 직원들 그 누가 나갈쏘냐. 그래도 '인간의 도의'상 너무 눈치가 보인다 싶으면 알아서 한 달에 한두 번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덕분에 5시 땡 집에서 칼퇴근을 하면 남편은 아들을 데리고 야구, 축구를 다니며 아이의 취미 활동을 함께 해주니 더없이 좋긴 하다. 그러면서도 같이 재택근무하는 입장에서 너무 붙어있으니 가끔씩 ‘조용한 공간’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생길 때가 있다.
같이 있어도 서로 일하는 공간이 다르고, 본래 자신의 루틴에 맞게 아점으로 요구르트 등 건강식으로 알아서 챙겨 먹기에 내 입장에서 크게 귀찮을 일은 없다. 그럼에도 같은 공간, 같은 집안에 있다는 사실만이 뭔가 답답할 때가 있다. 내 공간에서 나 홀로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자유로운 해방감’!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혼자만의 시간’을 어느 정도는 갖고 싶어 하는 내향인들만이 특성인지도 모르겠지만. 고로 남편에게는 크게 생색을 내지는 못하지만 그가 회사를 갈 때마다 은근히 기쁘다. 특히 오늘처럼 갑작스럽게 사무실 출근을 해준다면 그야말로 깜짝 선물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 창문 밖으로부터 들려오는 새소리와 함께 방금 내린 쌉싸름한 커피 향이 마음에 평온함을 준다. 그래 이 맛이지. 오랜만에 맛보는 그리웠던 고독의 즐거움이다. 한없이 행복해지는 마음.
물론 한 시간 뒤 장염으로 조기 하교하는 아이를 픽업하러 가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엄마의 삶이란!). 잠깐의 짜릿한 행복에 감사하며 ‘가끔씩 있어야 그 행복감도 크다’라는 위안과 함께 다음번에 만날 ‘고요한 행복’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