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만 오늘을 다 보냈다면

by 봄치즈


오늘도
'엄마로만' 지내다
하루가 다 지났다.


우리 딸,


혹시나 제목에 이끌려 이 글을 읽어보는 중이니? 그렇다면 아마도 지금 매우 피로한 상태가 아닐까 싶네. 아니면 오늘 하루도 발 동동 구르며 열심히 집안 일과 아이들 뒷바라지 다 했는데... '돌아오는 건 왜 헛헛한 마음뿐일까' 하는 마음이니?


사실 엄마도 많이 그랬거든.


엄마는 나름 '시간 쪼개 쓰기'로는 일인자였지. 기억나니? 엄마의 책상에 항상 다이어리가 펼쳐 있었던 것. 메모하기, 다이어리 적기는 사실 엄마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취미긴 하지. 어릴 적에는 일기장 같은 역할을 해주었는데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는 어느 순간부터 매일 할 일을 적고 체크하는 '투-두 리스트 (to-do-list)' 역할을 했지. 하나씩 할 때마다 체크하고. 아이들도 하나, 둘 늘어나니 내 스케줄에 아이들 스케줄까지. 게다가 어찌나 기억력이 깜박이는지 적지 않고는 안되었단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니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나더라고. 그래도 처음에는 투-두 리스트의 항목들을 하나씩 할 때마다 늘어나는 체크 표시에 일종의 성취감이 느껴졌거든.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라는 인증도 되는 것 같고.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는 이전 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을 하루에 다 해냈는데도 그러한 보람이 느껴지지 않는 거야. 오히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몰아치는 피곤함. 가끔씩 우울감 허무감이 밀려오더라고.


왜 그럴까?


1. 내 일상 시간 점검하기

2.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 나만 혼자 있는 시간

3.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나를 찾는 법

4. 나만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시간을 잘 보내는 법

5. 직장에서 내 시간 찾는 법


혹시 우리 딸도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지금부터 엄마가 말하려는 첫 번째 항목 '내 일상 시간 점검'하기에 대해서 귀기울여주길 바래.


곰곰이 생각해 봤단다. '하루해야 할 항목들'이 시간이 갈수록 일처럼 느껴지고 '빨리 처리해야하는 일들'로만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다이어리에 적힌 스케줄 항목들을 종이에 적여 내려가보았지. 그리고 그 옆에 그 시간의 성격들을 카테고리화 시켜봤어. (아마도 네 나이 만 7살, 동생은 4살 무렵이었던 것 같애. )


아이들 깨우고 아침 챙겨주기 ----> 집안일/육아

도시락 싸기 (미국은 특히 저학년 때는 다 싸갔기에) ----> 집안일/육아

유치원, 학교 데려다주기 (등하교 부모 데려다줘야 하는 미국) ----> 집안일/육아

아이들 수업 시간 동안 일하기 (유아기에는 이 시간 또한 육아 시간 / 코비스 시기 땐 온라인 수업 선생님 역할까지 병행) ----> 회사일

아이들 데리고 오기 ----> 집안일/육아

다시 일하기 + 아이들 봐주기----> 회사일 +육아

일하며 아이들 숙제 봐주기 ----> 회사일 +육아

방과 후 활동 데려다주거나 봐주기 (학원차 없는 미국) ----> 집안일/육아

저녁 준비 ----> 집안일/육아

아이들과 같이하는 시간 (보드게임, 책 읽기, 만들기...) ----> 집안일/육아

씻기고, 재우기 +설거지 집안일 +----> 집안일/육아

다 못한 일 하기 (아이들 라이드 한 시간 채워서 못한 일 마무리) ----> 다시 회사일


혹시 보이니? 직접 목록들을 쭉 적고 훑어보니 '내 마음이 왜 그리 헛헛했는지' 그 답이 보이는 것 같더구나. 그 시간의 성격들을 보니 모두 엄마로서의 시간, 그리고 직장인으로서의 시간으로만 가득 차 있었거든.


즉, 내 시간, 나만의 시간이 없었던 거지.


지금 와서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그때 엄마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그저 혼자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아이들도 없이' '꼭 해야할 회사일도 없이' 그저 멍하게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단 몇 분이라도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시간.


우리 딸도 스스로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보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그 간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한 번 생각해 보렴.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그래서 오늘따라 더 지쳤던 것일 수도 있어.


만약 아이들이 아직 학교에 가지 않는 전업 맘이라면 온종일 아이와 한 공간에 있을 터이니...온통 '엄마의 시간'으로만 꽉 차 있는 하루, 당연히 지칠 수 밖에 없지.


그럼 직장맘은 다를까?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단다. (오히려 더 힘든 적도 많았지) 엄마 또한 네가 어릴 적 전업맘으로 지냈던 시절이 있었거든. 그때는 '일하는 엄마들은 일하면서 자기계발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단다. 그런데 회사를 다녀보니 알았지 직장에서의 시간은 그야말로 '직장인으로 일하는 시간'이더라고. 일을 하면서도 아이 걱정하는 게 반, 게다가 일이 주는 스트레스는 여기에 따로 더해지니 밤이면 녹초가 되었단다. 그러나 쉴 수가 있니 '일 끝나면 집안 일과 육아 시작'이니 일의 총량이 더욱 늘어나는 느낌이 들었어. 물론 엄마는 재택근무로 일을 해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일을 좋아하는 이 엄마도 네 동생을 낳고 너무 힘들어 사표를 냈던 적이 있을 정도였단다. (물론 더 높은 연봉 제안에 바로 사표를 반려했지만 ^-^;)


물론 오랜 시간 직장 생활 후 이제 와 보니 그 안에서 많이 성장한 부분도 있지. 그런데 그 또한 전업 맘에게도 같이 적용될 부분인 것 같아. 아이와 보내는 시간 안에서도 충분히 성장하는 방법들이 있거든. 그 시간을 어떻게 성장 시간으로 이용할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말해보자.


시간 정리, 그리고 카테고리 찾기


우선은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일상 스케줄들을 적어보고 그 시간들이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는지 정리해보면 어떨까? 생각하는 거랑 직접 리스트로 정리하고 눈으로 보는 건 정말 다르거든.


초기에도 엄마는 그 방법을 잘 몰라서 나의 시간/ 육아 시간 으로만 나눠서 정리했는데 몇 년 전 부터 하고 있는 3P 바인더 방법을 적용해보는 것을 추천할게.


지금의 너의 매일 스케줄을 적어본 후에 아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색으로 표시를 해보렴.


pink - 내가 하는 주 업무 (직장인이면 회사일/ 전업 맘이면 육아 집안일)

orange - 주 업무를 위한 보조 업무 (이메일 확인, 회사 준비, 아이들 학교 준비, 아이들 숙제, 학교 활동 봐주기)

green - 개인생활 (신앙생활, 봉사, 가족 이벤트, 개인 취미생활)

blue - 자기 계발 (독서, 교육, 강의, 운동)

purple - 네트워크 (커뮤니티 모임, 엄마들 만남, 학교 선생님 미팅)

yellow -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놀이, 책 읽기, 만들기 등)


여기서 무슨 색이 가장 많이 나왔니?


(옐로 항목은 엄마가 나중에 임으로 새로 만든 것이었어. 전업주부이면 육아가 '핑크'로 표시하게 될 테지만 일을 할 때는 '일'이 주요 업무로 들어가기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따로 '옐로'로 정의했단다. 네 지금 생활에 맞게 조금씩 변형해서 대입해보렴.)


엄마가 점검 당시 육아 초기 좌충우돌했기에 사실 이렇게 다양한 카테고리를 만들고 있지 못했어. 게다가 당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분홍색 아니면 노란색으로 가득했지.


똑똑한 우리 딸은 아마 엄마보다 나을 테니 블루나 그린들이 좀 나왔을 것 같은데? 그런데 혹시 다양한 색이 없더라도 걱정 안 해도 돼. 엄마도 그랬거든. '처음 엄마가 된 사람'이라면 어쩌면 그게 당연하단다. 아이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없는데 '내 시간'에 대해 아예 생각해 볼 여유조차 없잖니.


이제부터라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시간이 어떤 성격인지 그 목적을 인지해보면 돼. 그리고 지금 나에게 없는 색의 시간. 보통은 그린, 블루 등이 많이 없겠지? 그 색을 내 일상에 조금 더 많이 넣어보기!


단, 여기서 혼돈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이 '힘든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야.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의 균형이란다.


똑같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더라도, 내 일상에서 카테고리별 시간의 균형 및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면 그 시간 또한 더욱 즐겁게 즐길 수가 있거든.


시간 점검 후 바뀌었냐고?


시간 점검을 스스로 해본 후, 일과 육아로만 하루가 이루어진 것을 보고 엄마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단다. 게다가 주말에도 밀린 일을 한답시고 일을 했었고, 다음 주 아이들 도시락 이유식 필요 식단을 만들고 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았더라고요. 그야말로 일 주 일내내 회사 일만 그리고 육아도 일처럼 하고 있었던 것이지. 이후 의식적으로 그 간 내게 없었던 시간들을 일상에 넣어서 균형을 맞추고자 했단다.


어떻게 변했을까.

다음은 이후 노력한 이후의 엄마의 바인더란다.


일을 한 날에는 당연히 핑크색이 많이 보이지만, 대신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옐로, 그린, 블루, 퍼플 등이 많이 보이지? 충분한 휴식, 취미, 자기계발, 그리고 아이들과의 시간에 많이 할애하려고 했어. 또한 매일의 하루 중에서도 잠시라도 각 카테고리들의 시간들을 조금씩 다 가지려고 노력했단다.





시간 안배를 잘 하고 나자 변화된 것이 있었단다.


신기하게도 일하는 시간, 육아 시간이 더 즐거워지더라고. 나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니 다른 일들을 할 때 '그것에 내 시간이 뺏기는 느낌'도 덜 받게 되는 것이지. 마음을 충분히 충전 시키고 나면 육아나 일에 들이는 시간에도 더 집중을 잘 하게 됐던 것 같았어.


특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끽하게 되니 그 안에서 '힐링'까지 얻는 방법도 찾게되고 말이야. 게다가 너희들과 같이 하는 것으로 새로이 배우기도 하니 지금은 아이들, 즉 너희들과 보내는 시간이 그 어떤 '자기 계발 항목'보다도 소중한 시간이란다.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너희들이 엄마에게 가르쳐 준 것들이 무엇이 있었나 그것도 추후 엄마가 알려줄게~)


여기까지!


오늘은 우선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첫 번째 요소, 충면을 취하도록 하세요. 충분한 영양과 숙면만큼 최고의 보약도 없는 법.


내일 아침 맑은 정신으로 평소보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 요즘 내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일주일 간의 일상 스케줄을 리스트로 정리해보길 바래. 그리고 각 항목이 어떤 성격인지 색으로 칠해보고 '현재 나의 시간 상태'에 대해서 인지해보자고. 그리고 또 이야기하자~ 잘 할 수 있을꺼야.


각 시간의 성격들이 주는 가치를
100% 즐기기 위해서는
여러 시간들을 골고루 그리고 적절히
내 하루 속에 잘 배치해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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