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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Jul 18. 2019

어떤 날 어떤 밤

어떤 날 어떤 밤 도서관이 닫는 시간 즈음에 한 소년과 한 소녀가 좁은 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해는 저문 지 오래이고 좁은 길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은 한 여름처럼 주황빛이었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바람과 그 계절만이 의 전부인 매미 소리가 지천이었다.


소년과 소녀는 가깝게 걸었다. 다만 더 다가서지 못할 정도로 가깝게 걷지는 않았다. 소년은 가로등에 비쳐 길어진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자는 소년과 함께 걸었다. 그림자는 소년의 키보다도 길어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소년은 저벅저벅 걸었고 소녀는 타박타박 걸었는데 또각또각 마주 오는 구두 소리들이 모두 지나갈 즈음이었다.


길었던 침묵이 조금 어색하다고 느껴졌다. 소년은 마치 어쩔 수 없이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는 양 입을 열었다. 그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관심 없는 주제를 입에 올릴 때처럼 무심하게. 소년은 소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지만 소년의 목소리는 소녀를 바라볼 때보다 조금 더 떨렸다.

"너는 현실적인 사람이 좋니? 아니면 꿈을 꾸는 사람이 좋니?"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까. 아니면 잠시일까. 소년에게 소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시계도 없이 홀로 어두운 밤을 지새우는 것보다도 길었다.


아마도 여러 번 그림자가 크고 작아지기를 반복했을 정도가 지났을까.

소녀는 수줍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냥 네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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