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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조하 Oct 29. 2023

여름정리

너는 내 도파민이였다.

성취하지 못한 감정에 대한 보상욕구. 너에 대한 사랑이 순식간에 식으면서, 하루가 너무 재미가 없어지고 지루했다. 감정의 고통이 사라지자 일상이 자극없이 평범하게 느껴졌다.

어떠한 실험처럼 내가 한번도 해보지 않던 패턴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반응을 살펴보았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새로웠다. 고통과 동시에 재미도 느낀거 같다.

여지껏 내가 먼저 남자한테 구차한 변명거리와 미끼로 연락을 던져본적이 있었나. 네가 매번 받아준 것도 웃기지만, 나름 완전한 실패는 아니였다고 생각한다.

너 또한 나를 쉽게 잊을 수 있을까? 그건 아닐거 같다.

너는 나랑 비슷하기도 하니까. 그저 그에게도 내가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와 그렇게 연락을 하지 않고 관계를 끊으려고 했는데너는 왜 연락이 왔고 연락을 한뒤에 또 평소와 같이 단답을 했을까.

사랑은 드러내지 않으면 없는 것이다. 어떠한 경로로라도 발현 되어야 한다. 감정과 사랑의 차이점은 그런거다.  그래서 사랑의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정의하는 이유가 아닐까.

이번 경험으로 나는 처음으로 너가 지금 어떤 마음일까를 궁금해했다. 하지만 건강한 관계라면 상대의 심리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저절로 느끼겠지. 나는 항상 상대의 심리보다는 관심사가 궁금했던 것 같아서.


예측하기 힘들고 의외성이 있는 정보에 대해서 사람들은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한다.

너는 예측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나는 그 감정을  더 크게 느꼈다. 끊임없는 불안에서 한번의 따뜻함을 사랑이라고 정의내렸다.

이번 관계에서 나는 반복적으로 아픈 감정과 자극에 중독되어 비논리적 결론을 내리곤 했다.


네가 아기를 사랑하는 모습이나, 나에게 마음이 생겼을때 보여줬던 투박한 감정표현에 따뜻함을 느껴서, 그 의외성에 너를 미워할 수 없었다. 좋은 사람이였다.

그치만 좋은 사람들과 모두 다 내 마음대로 만날 수는 없다는걸 안다. 재밌는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이쯤에서 멈춰야겠다. 어찌됐건 외롭지는 않았던, 서른살 여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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