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만 봐주세요
‘눈으로만 봐주세요.’,
‘만지지 마세요.’...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경고문이다.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이나 전시회뿐만 아니라
백화점이나 쇼핑몰,
길가 화단 앞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눈으로만 봐주세요.'
'만지지 마세요.'는 애교 수준이기도 하다.
'가져가지 마세요.'
'CCTV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적발 시 10배 배상 청구'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경고도 난무한다.
이를 해석해 보자면
눈으로만 봐도 될 것을
손으로 만졌기 때문에
가져갔기 때문에
어떤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주의해 달라는 말일 테다.
경고 문구의 강도가 높을수록
실제 그만큼 많은 피해를 본 경우일 것도 같다.
경고문을 내건 사람의 억울함과 분통함도 느낄 수 있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알아서 조심해 달라는
간절한 부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이 경고를 받는 사람으로서는
무서운 협박 같다.
몇 해 전부터 버스에서는
하차 벨을 누르고 차량이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는
절대로 이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등장했다.
만약 이동 후 사고 발생 시
버스 회사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부탁이라고 하기에는
사고 책임이 모두 승객에게 있는 것처럼
전가하는 것 같아
지금도 곳곳에 붙어있는 이 경고문을 보면 불쾌하다.
과연 승객의 부주의만 탓할 일일까?
경고문이 내걸린 이유는
지켜야 할 부분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섬뜩한 경고들을 보면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각박하고 삭막한 지를
자꾸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