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면 무엇이라도 될 것 같아

비가 좋아졌다니 어른이 됐다는 생각이

by 봄봄

긴 가뭄 끝에 비가 내릴 때면

사람도, 자연도 기쁨을 숨길 수 없다.

그만큼 오래 기다렸고, 간절했다.


오늘은 비를 싫어했던 사람도

좋아졌다고 고백할 것만 같다.

싫었던 비가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은 어른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 없었던 비가 의미가 되고

깨달음이 되고,

설렘이 되는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릴 땐,

소풍처럼 좋은 날을 망치는 방해꾼 같아

해가 쨍쨍한 맑은 날을 더 좋아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밖에서 놀 수 없었으니 너무 밉고 싫었다.


생애 가장 축제 같은 순간을

새드 앤딩 영화처럼 만드는 것 같아

어린 마음에 좋아할 수 없었다.


나이가 드니

비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달라진다.


무조건 미워하고 싫어했던 마음에

공감과 이해의 능력이 생기면서

다른 관점으로 비를 바라보게 된다.


대지를 적시는 수많은 빗방울에

눈이 머물고

후드득하며 세상과 부딪히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안에 청승과 우울보다는

여유와 평화,

시원함과 포근함,

위로와 정화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더니 비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교통체증, 질퍽거리는 땅, 젖은 옷,

우산 챙기기는 여전히 싫지만

이 또한

마음의 여유 없이 살아가는

내 탓이지

비를 탓할 일은 아니다.


삶의 문제가 내 주변이나 밖이 아니라

내 안에,나에게 있다고 깨닫는 순간

어른이 되는 것 같다.


비가 좋아지고 나니

생각은 깊어지고 넓어졌다.


나는 오랫동안 비를 싫어했지만

이제 나는 오랫동안 비를 좋아할 것 같다.


철없던 아이의 마음이든,

철든 어른의 마음이든,

비가 주는 감성과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끼게 되는 날이다.

오래 기다렸던 비 소식처럼

각자 오래 기다렸던 모든 일들도

오늘 내리는 비처럼 반갑게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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