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 구름은 사람을 닮았다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by 봄단풍

"무슨 일 있어?"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아래에 부어있는 눈과 턱 밑까지 내려온 그늘에도 불구하고 그는 담담하게 손까지 내저어보였다.


"무슨 일 있는 것 같은데."

"아냐, 없어."


목소리도 합격. 소년은 마음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티나지 않았어, 다행이다, 라고. 오히려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톤으로, 또 한 치의 흔들림없이 자연스럽게 잘 대답했다.


그래야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어야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대단치 않은 어려움이었다. 소녀와 비교하더라도, 그녀가 지금 겪고있는 문제들이 소년의 걱정보다는 훨씬 더 커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굳이 더 걱정을 얹을 필요는 없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그녀의 앞에서 굳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거다. 밝은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모자란 시간인데, 같이 웃고 떠들며 즐겁게 보내기만해도 아까운 시간인데.


"구름은 널 닮았다."

"응?"


난데없이 소녀는,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언제든 흘릴 눈물을 품고 있으면서도, 파란 하늘 눈치보며 감추기 바빠."

"그야.. 파란 하늘이 더 예쁘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니까 그런 거 아냐?"


소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얼굴로 소년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파란 하늘만큼이나 잿빛하늘도, 또 빗방울과 빗소리, 비내음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아직 덜 갠 하늘에서는 거짓말처럼 빗방울이 떨어졌다. 소년의 볼은 금세 촉촉해졌다.

KakaoTalk_20200604_222341246.jpg

2017년 9월 20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1.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