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불현듯 스치는 생각

by 봄단풍

모기를 잡았다. 한 마리. 오늘도 이렇게 한 생명을 거두었다. 여름 평균 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다지 많이 잡은 건 아니지만, 자기 전 안도의 한숨을 뱉기에는 충분하다. 분명 어딘가에 더 숨어있을 걸 알면서도, 한 마리라도 잡았다면 마음에 괜시리 평안이 깃든다.


이 녀석, 아니 이 여인도 나름대로 자신의 후대를 잇고자 열심히 노력한 것일텐데 그저 장소를 잘못 찾아온 고로, 혹은 타겟을 잘못 노린 고로 이런 변을 당하고 만다. 미안하다. 하지만 네가 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나를 물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면 문 곳을 가렵게 만들면 안됐다.


하루 한 건을 끝내고 피묻은 손을 무표정하게 닦는 전문 킬러처럼, 화장실에서 담뱃불만한 작은 흔적을 닦고 나오는 내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이 깃들어있지 않았다. 한 번도 그러지 않다가 문득 거울을 보니 그저 글이 쓰고 싶어졌다.


불현듯 스쳐간 생각은 순식간에 증식해서 다시금 실험쥐에 대한 고찰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사람보다 강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으로 넘어가던 생각은 언제나처럼 그 이상의 공간은 머리가아프니 가지 말자, 하며 생각이 가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어쩌면 모기가, 누군가의 상상속 외계인처럼 집단지성을 통해 하나의 유기체로 발전하는 생물이라면 이렇게 잡는 것이 덜 죄책감이 들지도 몰랐다. 아니, 솔직히 죄책감이 들긴 하나..? 안 드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굳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


높으신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려나. 성가신 것들, 당신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건 알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안되지. 에잇 손이나 씻자. 그래, 그 맘은 이해하는데.. 아 솔직히 이해 안돼. 이해하면 위선이지. 난 너네가 아닌 걸.


한 가지 다른점은, 모기는 우리에게 관심도 없고(오히려 많은가?) 그들의 투표로 그들중에서 우리를 뽑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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