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떡 요정(2)

단편

by 봄단풍

난 늘 어린 아이들이 싫었다.


내게 아이들은, 그러니까 이제 막 걷고 뛰기 시작하고 두 세 마디 이상 말을 이어나가면 영특하다는 평가를 듣기 시작하는 나이의 어린이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을 방패삼아 하고싶은대로 사는 무법자들이었다.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해도 어리다는 이유로 꾹 참아줘야하고, 문제가 있어도 조곤조곤 설명해야하는 불편한 사람들!


“찹쌀떡 주세요.”


그래서 나는 지금처럼, 생전 처음보는 코찔찔이가 졸졸 따라오는 상황이 벌어지면 몹시 당황하곤 했다. 사실 길에서 만난 아이가 능청스레 내 뒤에서 발걸음을 맞춰 걸으면 누구라도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다.


“찹쌀떡 없어.”

“맛있는데.”


빨간 불이 켜진 횡단보도 앞에 선 아이는, 찹쌀떡이 없다는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아이에게 맛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가르칠 생각을 하다 이내 머리가 아파와 그만두기로 했다. 아이에게 설명하기 힘든 어른의 사정이란 것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소년은 눈치없이 질문을 던졌다.


“왜 안 가고 서 있어?”

아이는 금방이라도 내 손을 잡을 것처럼, 내 옆에 서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도 무슨 소리냐는 듯 황당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지만, 생각해보니 이 아이는 애초에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신호등이 빨간 불이라서 그래.”

“사람이 서 있네?”

“그래. 건너지 말고 기다리라는 신호야.”


해가 지고도 한참이 지난 시간. 야근으로 지친 몸이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가볍기 마련이다. 이 늦은 시간에도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자동차들, 그 안에 실려있는 사람들도 다 같은 생각이겠지.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 차들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쉬지 않고 귀청을 때렸다.

추운 바람에 몸을 몇 번 떨었을까,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무섭게 달리던 차들이 속도를 줄이는 것을 본 다음에야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 채 가기도 전에, 왠지 모를 허전함에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왜 안 건너?”


자존심이 상했다. 애초에 제멋대로 따라오던 아이니까 제멋대로 돌아가도 상관이 없긴한데, 정작 따라오던 녀석이 가만히 있으니 어쩐지 불안했다. 그냥 두고 내 갈 길을 갔으면 될 터인데 나는 괜히 발을 돌려 그 녀석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그 녀석, 오히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 표정에 괜히 더 짜증이 솟구치는 것 같아 한 마디를 쏘아붙이려는 찰나, 소년은 코를 한 번 훌쩍이더니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투로 대답했다.


“사람이 멈춰있잖아.”


한숨이 한 번 더 새어나왔다. 나는 고개만 뒤로 돌려 신호등을 살폈다. 걷는 모양의 그림자가 새겨진 초록색 불이 어느새 깜빡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물론 불만 깜빡일 뿐, 그림자가 십 수년 전 택시 미터기마냥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는 않았다.


“초록불이잖아.”

“알아, 하지만 멈춰있잖아.”

“상관없어. 빨간 불은 정지, 초록불은 진행. 그렇게 약속을 한 거야, 사람들끼리.”

“약속이 뭐야?”


아무래도 이 친구에게는 가르칠 게 너무나 많아보였다. 나는 내 갈 길은 가야겠고, 소년은 이대로 둘 수 없었기에 아이의 손을 잡고 빠르게 횡단보도를 건넜다. 금방 소리를 지르거나 떼를 쓸 것 같던 그는, 이상하게도 얌전히 내 손에 몸을 맡긴 채 횡단보도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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