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없이 쓰는 글
요즘은 꿈을 참 많이 꾼다. 왜 그런지는 의사나 뇌 과학자, 그런 분들이 훨씬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나는 모른다. 내 주위의 세상 돌아가는 일이 다 그렇듯 말이다. 정작 나는 대체 내 주위에 이런 일이 생기는 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의 전문가들은 보통 이런 이유들을 잘 알고 있다고들 하니까 말이다.
아무튼 꿈을 많이 꾸게 되는 것도 요즘 내가 겪는 이상한 일 중 하나다. 내가 의사나 과학자가 아니다보니 그 현상 자체보다는 아무래도 꿈 내용에 관심을 두게 되는 법인데, 꿈에 대한 기억은 늘 빠르게 사라지곤 한다. 참 아쉬운 일이다. 이야기를 쥐어 짜내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정작 그 이야기의 영감은 순식간에 날아가버리니까 말이다.
어쩌면 이것도 내 주위의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이유를 모르는데 자꾸 이상한 일이 생기고, 내게 필요한 것들은 순식간에 날아가버리고, 잠시 찾은 안식은 어김없이 뒤통수를 때리는 태풍의 전조에 불과하고 말이다. 참 아쉬운 일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는 꿈들은 있다. 길지 않은 인생 살면서 기적처럼 내 곁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찾은 것처럼. 물론 그런 것들은 세상의 풍파에 비교하면 파도 앞의 열쇠고리마냥 의미없어 보일 때가 많다.
꿈도 그렇다. 기억나는 꿈들의 이미지는 대부분 큰 의미 없는 이야기였다. 주로 사람들에게 쫓기거나, 급박한 상황에서 어쩔줄 모르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시내로 나갔더니 길거리를 걷는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쫓아오는 내용이라든지, 뜬금없이 연예인이 내게 총을 쏘며 쫓아오는 내용이라든지, 뭐 그렇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억압을 받는 꿈을 꾸기도 한다. 주로 군대에 다시가는 꿈이 그렇다. 훈련소 침상에서 자다 깨는 꿈이라든지, 예비군 훈련장에서 민방위라고 했다가 정강이를 걷어 차이는 꿈이라든지.
때로는 주위 사람, 혹은 유명한 사람과 싸우는 꿈을 꾸기도 한다. 때로는 말다툼일 때도 있고, 몸싸움일 때도 있다. 싸움은커녕 화도 제대로 못 내는 내 성향이 꿈에서도 발현되는 것인지 이상하게 꿈에서 싸우면 몸이 꼭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느리곤 했다. 아, 이것은 꿈에서 도망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왜 꿈에서 긴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내 움직임은 그렇게도 느려지는 것인지.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나열해놓고 보니 악몽이라고 해도 상관없는 꿈들이긴 하다. 그러고보니, 간혹 나는 기억조차 못하는 꿈을 꾼 적도 있는 것 같다. 옆에서 자던 아내가 내가 하도 끙끙거려서 깨운 적도 있었는데, 몸이 아프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런 걸 보면 대체 꿈이 뭔지 궁금하다. 내 잠재된 두려움이나 공포를 자는 사이 되새김질하는 것인지, 혹은 내재된 욕망이나 욕구를 투영하는 것인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 부분도 있겠지만, 때로는 그냥 이렇게 멍하니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