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사는 내내 잊지 말고 해야 할 일

몇 가지 소소한 당부

by 봄단풍

지유야, 온유야.


오늘 하루는 어떻게 시작했니? 기분 좋게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했니, 아니면 여기저기 쑤시는 몸을 이끌고 겨우 몸을 일으켰니? 아빠는 항상 너희가 하루를 즐겁게 시작했으면 좋겠다만,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얼마나 행복한 축복인지 우리 모두가 알지만 정작 그렇게 기분 좋게 눈을 뜨는 사람은 얼마 없잖니. 물론 아빠는 너희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지금도 열심히 기도하며 기대하고 있단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너희에게 하는 몇 가지 당부를 모아서 해보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잔소리가 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그건 엄마나 아빠만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잖니? 잔소리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빠에게 주어진 그 특별한 권한을 조금 써보도록 하마.


첫 번째. 아침에 일어나 침구 정리는 꼭 직접 하도록 해라. 하루의 시작을 침구 정리로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 추위를 잘 타는 우리 가문의 특성상 여름에도 얇은 홑이불 정도는 덮고 잘 것이다. 이불이 없다면 입고 잤던 잠옷, 혹은 구겨진 시트나 떨어진 베개, 뭐든 차곡차곡 잘 정리해보거라. 아무리 힘겹게 눈을 뜬 하루더라도 어질러진 침대는 꼭 직접 정리를 해보거라. 이 행동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아빠가 꼭 직접 하라고 당부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하루의 시작을 ‘뭔가 이루면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해냈다는 것은 사람에게 생각보다 큰 성취감을 준다. 그리고 성취감은 사람에게 생각보다 큰 원동력이 되지. 하다못해 코나 귀를 파는 것도 결과물이 나오기에 중독되는 사람도 있지 않겠니? 비유가 너무 소소했다만, 사실상 이불을 개는 것도 그렇다. 너희가 살아가면서 이뤄낼 수많은 것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을 통해 너희가 대단한 것을 이뤄낼 수도 있을 거다. 하루를 뭔가 이루면서 시작하는 것과,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벌리며 일어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두 번째, 일주일에 한 번 분리수거는 꼭 하도록 해라. 정확히는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건 너희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꼭 하도록 당부하고 싶다. 아마 엄마와 함께 살면서 몇 번인가 이사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는 날이 사는 곳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보통은 지정된 요일에 하루 정도 하게 된다만, 아빠는 꼭 너희가 일주일에 한 번은 직접 했으면 좋겠구나.


왜냐하면, 얘들아.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것은 가장 작게 실천할 수 있는 사회인의 도리이자 업무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앞서 밝혔던 침구 정리가 가장 소소하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면, 재활용 쓰레기 배출은 사회적으로 가장 소소하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다. 물론 침구 정리보다는 훨씬 귀찮다. 어떤 날은 두 세 번 집과 배출 장소를 왕복해야할 수도 있어. 억지로 한 번에 처리하려다가 복도에 다 쏟고, 그래서 주섬주섬 더러운 쓰레기를 직접 다시 모아야 할 수도 있다. 귀찮지.


하지만 막상 하고 나면 정말 별 것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집안일에 있어 꼼꼼한 엄마가 어떤 방식을 하느냐에 따라 빈 손으로 올라올 수도 있고, 분리수거 함을 들고 올라올 수도 있겠다만, 어느 쪽이든 모든 쓰레기를 처리한 뒤 자유로운 두 손을 보고 있으면 남은 하루, 남은 일주일을 평온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다음 배출일까지 쓰레기들과 함께 기다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를 거두면서 너희도 집안일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단순히 집안일을 해서가 아니다. 너희가 직접 배출하는 쓰레기를 보면서 지난 한 주동안 무엇을 먹고 무엇을 소비했는지 참고하고 파악하거라. 그건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고, 또 나중에 분명 쓸모가 있을 것이다. 너희들이 커서 어떤 일을 하게 되든, 가정을 꾸리든 꾸리지 않게 되든 말이다.


여기까지 너희에게 말해준 것은 상기한 이유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은 너희 엄마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엄마의 성격상 너희들이 중요한 때에 있다면 뭐든지 자기 스스로 처리하려 할 것이다. 너희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말이다. 너희가 공부할 때면 공부에 집중하라는 이유로 침구를 대신 정리하려 할 테고, 너희가 취직을 준비하면 준비하면서 상할 너희의 몸과 마음을 챙긴다는 이유로 혼자서 쓰레기 배출을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핑계가 있어도 위의 두 가지 일 정도는 스스로 하도록 해라. 두 가지 일 모두 시작하기 전 발목을 붙잡은 귀찮음의 크기에 비해 실제로 드는 시간은 얼마 들지 않는 대신, 성취감은 크게 얻을 수 있는 가성비가 좋은 일이다. 이는 엄마를 위해서든 너희를 위해서든, 분명 너희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당부를 하고 싶은 것은 바로 술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분명 술과 술에 취하는 것에 상당히 관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만, 그렇다고 세상의 기준에 너희의 삶의 기준을 맞추지는 않도록 해라.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시면 몸이 상하는 것이 술이고, 또 회복까지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음주다. 언제, 어느 순간에 갑자기 너희의 삶을 바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희가 어떤 일을 하든 최상의 조건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마신 다음 날, 혹은 그 주 내내 너희의 몸을 끌어내리는 음주는 분명 멀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나라의 음주에 대한 관대한 정서상 술자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그래서 아빠가 하고 싶었던 것 중에는 너희와 함께 인생 첫 술을 마시는 것도 있었다. 이제 그럴 수는 없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로나마 단호하게 남기고 싶구나. 술을 마시는 것은 좋다. 즐기는 것도 좋고, 때때로 술자리를 갖는 것도 좋다. 그리고 술이 아닌 그 술 자리를 즐기는 것도 살면서 몇 번 정도는 경험해볼만한 즐거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세상 사람들처럼 그것을 아무렇게 여기지는 말거라. 큰 마음 먹고 너와 너의 삶에 허용하는 휴가가 되어야지, 그것이 일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굳이 술이 아니더라도 하루의 피로를 씻어줄 수 있는 좋은 취미가 많고, 굳이 네가 나서지 않더라도 이미 술에 대한 관대함은 이 나라에 퍼져있으며, 나아가 앞으로 점점 더 관대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아빠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나라와 정치는 점점 더 자극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울러 한 가지 더, 술과 관련하여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절대 힘들 때 술에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다. 앞에 말했듯이 삶의 어느 순간 술을 즐길 수 있다. 어쩌다가 한 번씩 자신에게 허용하는 휴가여도 좋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양념으로도 좋다. 하지만 힘든 순간, 너희가 우울하고 지쳐서 기댈 곳이 필요한 그런 순간에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말거라. 어디까지나 너희가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되어야 조절이 가능하지, 너희가 약해져있고 힘든 순간에 의지하게 되면 점점 더 그것에 종속되게 된다. 명심해라. 술에 빠지지 말라는 뜻은 즐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유야, 온유야. 항상 너희에게 사랑한다는 말, 좋은 말만 해주고 싶은데 때로는 이렇게 쓴 소리도, 또 듣기 싫은 잔소리도 하게 되는구나. 사실 지금까지 너희를 기를 때도 그랬다. 너희와 사랑을 속삭이며 껴안고 잠드는 순간은 아빠를 더할 나위없이 행복하게 만드는 순간이었지만, 반대로 너희가 서로 때리거나 할퀴고, 몇 번의 지적에도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않을 때에는 너희의 눈물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야단을 치기도 했었지. 당연한 것이었지만 아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일은 세상에 분명히 있는 법이다. 귀찮더라도 해야 하는 일, 내려놓고 싶어도 붙잡아야 하는 일.


지유야, 온유야. 아빠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구나. 너희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런 귀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임에도 아빠는 너희를 통해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깨닫고 있다. 놀라운 일이지 않니! 이 놀라움과 기쁨이 아빠의 시간을 아주 조금이라도 늘려줬으면 좋겠구나. 1초라도 좋으니, 너희를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게 말이다. 아, 이런 잔소리들을 너희 옆에서 딱 달라붙어서 할 수 있다면, 아빠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유야, 온유야. 그래, 사실은 위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저 행복하게 건강하게 너희의 삶을 살아내려무나. 사랑한다, 얘들아.

번갈아 울면서 잠꼬대를 하는 너희의 등을 쓸어주며,

너희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