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수정

by 사색의 시간

1월 말 저녁은 설날 떡국을 해먹고 남은 떡으로 만든 떡볶이였다.

2월 1일 아침에는 설 선물로 들어온 햄을 얇게 썰어 굽고, 삶은 달걀을 으깨 마요네즈를 섞어 햄에그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요즘은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또 언제 게을러질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열심히 만들어 먹어야지.


2월을 맞아 미용실에서 머리를 예쁘게 하고 나와 변함없이 책상 앞으로 돌아와 앉았다.

예전에는 미용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루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소중한 힐링의 시간으로 느껴졌다.

아무 것도 보지 않고 쓰지 않고 눈을 감고 있어도 되는 시간이랄까.......

두피 마사지를 무척 시원하게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1월 한달 동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는데

내 머리를 만져준 미용사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할 수 있지? 하는 감탄과 감사의 순간이 많았다.

1월이 다 지나간 뒤에야 스스로를 돌이켜본다.

나는 어땠는지.


1월은 내내 수정에만 매달렸다. 한달 동안 꼬박 수정만 할 수 있구나...새로운 경험이었다.

덕분에 글은 한 자도 쓰지 못해서, 열심히 수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다.

좀 드러운 기분.


나는 열심히 했고, 나와 함께 일해준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했다.

이 노력들이 곧바로 좋은 결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쉽고 미안하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내 못난 글을 끊임없이 마주해야했던 시간이 끝났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라는 인사를 건네려다 적절한지 고민했다.

이건 일인데. 내가 내 몫을 해내야 하는 자리인데. '배웠다'는 말은 어딘가 염치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많이 부끄러웠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과연 내가 또 뭔가를 쓸 수 있을지 (하루에도 수백번씩 드는 생각이지만) 또 생각했고

그럼에도 다음 글을 쓰려고 발버둥 중이다.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나는 행복하게 쓰지는 못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글쓰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다길래, 그래야만 하는 건줄 알았다.

나는 왜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지? 그런데도 왜 쓰려고 하지?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그냥 그 사람들은 그렇게 쓰는거고, 나는 이렇게 쓰는거다.


쓰는 태도가 다르니까 나오는 글도 다를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러니 너무 '그들처럼' 쓰려고 애쓰지 않으면 좋겠다. (안다. 존나 애쓸거라는 걸!)


2월에는 새로이 무언가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누군가가 읽을만한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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