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eview moments

정의를 내려라

감정 다스리기를 위한 글쓰기 3

by 사색의 시간

3장은 1,2장보다 유난히 길고 과제가 많았다. 정의를 내리는 것에 많은 과정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감정에 정의를 내리는 일은 일반적인 정의 뿐 아니라 자신만의 정서적 패턴을 구체화시키는 일이다. 그것을 관찰하기 위하여.


감정에 명칭을 부여하는 것은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감정이 이리저리 튀어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보이지 않는 막처럼 자신을 둘러싸는 것을 막기 위해. 주말 내내 내가 그랬다. 알수없는 불쾌한 감정이 보이지 않는 연기처럼 나를 뿌옇게 에워싸고 있는 느낌이었다. 왜? 나는 편하게 잘 쉬고 있는데, 자꾸 조급함과 긴장감이 들었다. 뭐가 문제야 대체? 누워 있으면서도 불쑥 불쑥 그런 감정이 수시로 올라왔다. 그 감정의 이름은 뭐였을까?


많은 실습 과제 중 하나라도 해야할 것 같아 첫번째 과제를 써본다. 이게 젤 간단하기 때문이다. 감정의 특성에 관해 빈칸을 채워 문장을 완성하는 과제였다.


*기쁨

-이 감정이 색깔이라면 노란색일 것이다.

-이 감정이 날씨라면 햇살이 내리쬐는 맑은 날씨일 것이다.

-이 감정이 풍경이라면 연두색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내리쬐고,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정원이나 동산의 풍경일 것이다.

-이 감정이 음악이라면 장조의 경쾌한 피아노 음악일 것이다.

-이 감정이 어떤 사물이라면 선물상자일 것이다.


*슬픔

-이 감정이 색깔이라면 회색일 것이다.

-이 감정이 날씨라면 잔뜩 흐리고 으스스한 날시일 것이다.

-이 감정이 풍경이라면 창 밖으로 잔뜩 낀 구름이 보이고 뼛속까지 한기가 서리는 텅 빈 방의 풍경일 것이다.

-이 감정이 음악이라면 첼로의 음률이 낮고도 신경질 적으로 반복되는 음악일 것이다.

-이 감정이 어떤 사물이라면 죽어버린 화분일 것이다.


*두려움

-이 감정이 색깔이라면 청색일 것이다.

-이 감정이 날씨라면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씨일 것이다.

-이 감정이 풍경이라면 유리창으로 빗방울이 때리듯이 달겨들고 집안 전체가 흔들거릴 만큼의 강풍이 부는 어지러운 방의 풍경일 것이다.

-이 감정이 음악이라면 격하고 불규칙적인 재즈일 것이다.

-이 감정이 어떤 사물이라면 물컹거리는 흙 안에 벌레가 들어있을 것 같은 정체불명의 오물일 것이다.


*갈망

-이 감정이 색깔이라면 다홍색일 것이다.

-이 감정이 날씨라면 죽일 듯이 강렬한 햇빛이 작렬하는 무더운 날씨일 것이다.

-이 감정이 풍경이라면 아무것도 없는 바깥에 달아오른 도로만이 어쩔 줄 몰라 이글이글 열을 내고 있는 풍경일 것이다.

-이 감정이 음악이라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박자를 만들어내는, 북소리로 구성된 국악일 것이다.

-이 감정이 어떤 사물이라면 매우 가벼운 모조 크리스탈 조각일 것이다.


*굴욕감

-이 감정이 색깔이라면 갈색일 것이다.

-이 감정이 날씨라면 마른 하늘에 자꾸만 천둥과 번개가 치는 날씨일 것이다.

-이 감정이 풍경이라면 사람들이 숨막히게 가득한 대중교통시설 속에 나 혼자만 난장이처럼 작아진 풍경일 것이다.

-이 감정이 음악이라면 하프나 가야금처럼 현으로 된 악기를 연주하다 현이 끊어지는 소리가 나는 음악일 것이다.

-이 감정이 어떤 사물이라면 거꾸로 처박힌 선인장일 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감정을 구체화시키고, 해당 감정이 떠오를 때 이런 것들을 인식하는 연습을 하기를 책애서는 권장하고 있다.


감정의 강도를 평가하고, 일차적 감정과 이차적 감정을 구분짓고(이차적 감정은 대게 일차적 감정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염려하면서 연쇄적으로 발생된다), 기본적인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아픈 경험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3장에서 가장 슬프고 인상적인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감정의 타당성을 평가하려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거였다.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지 선택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감정을 정당화하려고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정신적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부당한 감정은 없다. 단지 감정일 뿐이다.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할 때 최악의 행위가 발생한다.'

'원칙적으로, 우리의 감정을 정당화하려는 노력은 우리가 피하려고 하는 그 감정으로 다시 돌아오게 한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7장에서 어떻게 긍정적인 이차적 감정을 만들어내는지 배운다고 하니 기대를 해보겠다.


다른 과제로는 괴로운 정서를 발생시켰던 경험에 대해 써보는 게 있는데, 아, 이런 게 정말 싫다. 치유를 위해서 필요한 단계라고 머리로는 수긍이 가는데 너무너무 하기가 싫다. 일단 지금은 패스. 언젠간 하기를. 지금은 이론만 읽어도 잘하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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