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동안 본 것들
오늘 용수스님의 말씀이 와닿았다.
<사람이 좋아서 좋아하는 것보다 사람이 안 좋아도 좋아하는 것이 정말 좋아하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나는 유아인을 정말 좋아하는 것 아닐까.
좋아하는 건 아닌데 좋아하니까.
3월동안 넷플릭스에 있는 유아인의 작품을 다 보았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시작은 <좋아해줘> 였다. 그 영화에 김주혁, 유아인, 강하늘 이렇게 나오는데 유독 유아인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와 사랑하는 배우 캐릭터를 연기하는 유아인을 보면서 느꼈다. 아. 나는 유아인의 연기를 좋아하는구나.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감정이, 표정이, 대사들이 좋았다. 이 사람의 연기를 더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완득이-버닝-시카고 타자기-밀회 순으로 유아인의 작품을 보았다. 넷플릭스에 없는 유아인 작품들 중에도 본 것이 꽤 있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기억 안남. 주지훈 얼굴 보려고 봄), 성균관 스캔들(당시에 엄청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음), 우아한 거짓말(캐릭터가 강렬하고 좋았음), 사도(영화관에서 본 거 같은데...뒤주에 갇힌 연기하면서 엄청 힘들었겠다고 생각한 기억이 있음), 베테랑 등등. 육룡이 나르샤로 상을 받았던데, 그건 보지 않았다.
완득이는 그 당시 유아인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청춘캐릭터 같았다. 완득이, 깡철이(안봄), 이런 캐릭터는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너무 그 당시의 유아인이고 어떤 캐릭터인지 알 것 같은 느낌.
버닝은...영화 전체가 여백이 많고 그만큼 내면연기의 비중이 크다고 느꼈다. 여백이 편안하지 않고 불편한 느낌이었다. 맥락이 없고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자꾸 부딪히면서 조금씩 더 불편해져간다. '요즘 세대의 무기력과 분노를 표현'한 영화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유아인은 캐릭터가 느꼈을 어색하고 어정쩡한 분위기를 귀신같이 뿜어냈다.
시카고 타자기는 유아인을 보려고 보았지만 임수정이 제일 좋았다. 이거 보고 임수정 인스타 팔로우함. 유아인은 여기서 독립투사이자 작가 캐릭터를 맡았는데 작가 연기를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지닐 법한 예민함과 강박적인 모습은 잘 드러냈다고 느꼈다.
밀회는 와닿는 대사가 가장 많았고 그것들을 표현하는 유아인이 캐릭터 자체라고 느꼈다. 어떻게 이 말을 이렇게 뱉을 수 있지? 하면서 그 표정과 감정을 다시 보려고 되돌린 부분도 많았다. 이 이야기를 유아인의 얼굴과 표정과 감정과 목소리로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작품 자체가 여자가 어떤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지 그 지점을 딱 찌른, 잘 만들어진 로맨스였다. 사랑 때문에 미치려고 하는 모습, 그럼에도 미치지 않고 책임지려 하는 모습, 그럼에도 아낌없이 사랑하려는 모습 모두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음대 교수가 학생들에게 보낸 메일도 좋았다. 자신도 한때는 좋은 악기를 갈망하여 병이 났었다는 구절이 너무 마음이 아프도록 적절하고 사무쳤다. 결국 자신이 가진 것에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한 달 동안 유아인이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배우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앞으로의 작품에 기대도 생겼다. 글을 쓰는 자세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내가 쓴 이야기를 누군가 연기한다고 가정할 때, 나는 그 배우에게 캐릭터의 감정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그만큼 내가 고민했을까. 돌이켜보니 한참 부족했다. 이 이야기가 무엇인지, 이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을만큼 고민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