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eview moments

몇 편의 소설들

by 사색의 시간

4월부터 소설 수업을 듣는다. 몇 년 전에 소설 수업을 신청한 적 있었는데, 합평을 하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수강 취소를 했었다. 지금도 두렵기는 하지만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두려움을 이긴 틈을 타 신청을 해놓았다.


수업에 임하기 전 읽어야 할 소설이 몇 편 있어 읽었다.

-서른

-루카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일의 기쁨과 슬픔


또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책을 구하지 못해 못 읽었다. 위의 소설들은 한 권 분량이 아니라 책 안에 수록된 단편들이라서 읽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소설을 읽는거라 느낌이 새로웠다. 레이먼드 카버는 워낙 유명하고 그래서 읽어보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읽지 못했는데 과제를 핑계로 다시 읽으니 그래도 읽어졌다. 읽으면 이렇게 좋은데. 자발적 읽기란 쉽지 않다.


<서른>과 <일의 기쁨과 슬픔>은 예전에 읽은 적이 있다. 둘 다 그리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 소설인데, 이번에도 글을 읽는 동안 빠르게 기분이 가라앉았다. 나는 이런 기분이 싫어서 책이나 영화를 잘 보지 않았다. 취향껏 작품을 고르다보면 아무래도 우울한 이야기가 많았고 그것들을 보고 나면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았기 때문에. 어떤 날은 영화관에서 나와 며칠동안을 우울하게 보내기도 했다.


책이나 영화가 기분을 너무 쉽게 잠식한다. 그렇다고 읽지 않을 것인가? 단순히 기분의 문제로 치부할 것인가? 작품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를 느꼈다. 독자로서 작품에 빠져드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나로 하여금 이런 기분을 느끼게 했는지를 알아가는 것도 필요한 공부일 테니.


다섯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이었다. 저들 중 그래도 가장 결말이 온화한 느낌이 들었다. 퉁명한 빵집 주인의 태도가 바뀌는 모먼트가 인상적이었다.


'나의 정서와 가까운 것들'을 향유하기를 즐기는 친구들이 있지만 나는 오히려 '나의 정서와 먼 것'이 편한 것 같다. 내 정서와 가까운 것들은...그게 너무 살갗을 파고들만큼 잘 느껴져서 마주하기가 힘들다. 때문에 레이먼드 카버의 글에서는 구성력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그들의 훌륭한 구성력을 감지하기도 전에 그 정서가 와닿아버려서. 거리를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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