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4월에는 글쓰기 수업을 두 개나 신청했었다. 하나는 오프라인 하나는 온라인. 오프라인은 코로나로 인해 기약없이 뒤로 미뤄졌고 온라인 수업만이 제 날짜에 시작했다. 두 개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자연스레 한 달에 한 개 꼴로 하게 될 것 같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온라인 글쓰기 수업의 교재다. 예전에 읽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교재로 지정되었으니 왠지 사야될 것 같아 구매했다. 나는 글쓰기를 다룬 책을 좋아한다. '쓰라는 글은 안 쓰고' 읽기로 도피하는 것 같아 멋쩍지만 분명히 좋아한다. 은유라는 작가를 열렬히 좋아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다. 너무 솔직해서였던 것 같다. 그가 하는 말이 정당하고 와닿는데도 슬쩍 한 발 뒤로 물러나게 된다. 나의 비겁함일까.
<글쓰기의 최전선> 역시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직접 겪어낸 생생한 경험과 함께 잘 버무려 낸 책이다. 나는 이번에도 치열하게 투명해지려는 작가에게서 조금은 떨어진 채, 글을 읽어갔다. 실컷 떡볶이를 먹고 뜨끈뜨끈한 전기장판 위에서 등을 긁으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평화로운 저녁 독서 풍경. 그런데 한 문장을 읽자마자 크게 울음이 터졌다.
"세상에서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합니다."
이 문장이었다. 작가가 쓴 것도 아니고 논술강사의 말을 옮긴 부분일 뿐인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그렇게 쓰고 싶었던 걸까? 그래...쓰렴....아무도 안 말림......
글을 쓴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직 용기도 밝은 눈도 갖지 못한 자의 울분이 터진 것일까? 여튼 굉장히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다.
내용 중 '취향과 안목'을 다룬 부분에 눈길이 끌렸다. 최근 고민하고 있는 문제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안목을 키우는 일은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하면서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라는 다소 맥빠지는 결론을 얻었지만 한편으로 안도했다. 그런 거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느낌의 시행착오다. 그 오락가락한 아리송함을 통과하면서 느낌은 단련된다. (...) 고른 책을 후회하는 과정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자기 취향이 무르익는 시간이고 자기 서사가 만들어지는 고귀한 체험이다.
[베껴 쓰기는 그러니까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 록 역사상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지미 핸드릭스의 연주법을 따라 해보는 것과 같다.]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한동안 필사를 놓고 있었는데,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작품이 있긴 한데 장장 세 권짜리 분량이라 손 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지라 한 번 해봐야지, 용기를 낸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글쓰기의 최전선'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성심을 다해 내보여준 듯 하다. 그리고 나는 글쓰기의 변방에 서서 그것을 바라본다. 아직은 여기가 편해, 여기가 좋아, 그런 말들을 중얼거리면서. 하지만 언젠가는 그곳에 가닿지 않을까. 친구에게 글쓰기 수업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생에 꼭 한 번 글을 잘 써봐야겠어. 안 그러면 한이 맺혀서 윤회할 거 같아. 나 환생 안하는 게 목표잖어."
어느덧 글쓰기는 윤회를 건 도전이 되어 있었다. 이번 생에 기깔나게 잘 쓰고, 다시 태어나지 말자. 스스로에게 하는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