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eview moments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있나

by 사색의 시간

나는 내가 견딜 수 없을 때면 필사를 한다. 그러니까 거의 매일 한다는 소리다. 이건 비겁한 짓이다. 내가 써야할 글을 쓰지 않고 남의 글이나 베끼고 앉아 있는 거다. 마음 속에서는 이런 위안들이 굴러다닌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 보다 낫지 않아? 다 좋은 말들이니까 언젠가 도움이 될 거야. 이 사람들은 엄청 유명한 작가라구."

그냥 닥치고 네 글이나 쓰렴, 하고 말해주고 싶지만 최근 나는 스스로에게 상냥하게 대하려고 노력 중이니까...음...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상냥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을 쓰라는 말은 어떻게 해도 잔인한 말이니까.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책 제목이다.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세 등분 한 낱말이 전부 다 어색하게 읽히고 얽힌다. '글을 쓰기 싫지만' 이라는 말이 앞에 붙어야 할 것 같다. '작가'라는 낱말도, '살겠다'는 낱말도 내게는 버겁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읽는다. 내 글을 쓰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삶을 사랑하라
마음 속에 제정신이 아닌 무언거사를 키워라
내쉬고 싶은 만큼 깊숙이 숨을 내쉬어라
마음의 맨 밑 바닥에서 끝없이 퍼 올리고 싶은 것을 써라
문학적 문법적 통사적 제약을 없애 버려라
기억하는 것, 자신을 놀라게 했던 것에 대해 써라

-잭 케루악


'무언거사'의 정확한 뜻을 찾아보고 웃었다. 두 가지 모순된 의미를 내포한다.

①수양이 깊어 말이 없는 사람

②말주변이 없어서 의사 표시를 잘못 하는 사람


충분히 깨달아 말이 없거나 기술이 부족해 말을 못하거나. 완연히 다른 둘을 같은 단어로 지칭하고 있다. 노자인가 장자인가 곧잘 그런 말을 했다. '최고의 경지에 달한 것은 어눌해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이런거다. 진짠데...(네 헛소리입니다) 그때부터 나는 (최고가 되고 싶어서) 일부러 어눌한 척을 했고 이제는 척을 하는 건지 원래 어눌한 인간인지 잘 모르겠다..다시 안 어눌한 척을 해보려니까 너무 어색하다.


그냥 무언거사도 아니고 제정신이 아닌 무언거사를 키우라니. 잭 케루악 마음에 든다. <길 위에서> 읽어봐야겠다. 마음의 맨 밑 바닥에서 퍼올려 써라거나, 기억, 놀라게 했던 걸 써라고 하면 나는 자꾸 기억하고 싶지 않고 놀라고 싶지 않고 퍼올리고 싶지 않은 것들만 보인다. 그의 말대로 깊숙히 한숨을 내쉰다. 에휴, 내가 결국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쓰겠구만...내 가슴이 뜨끔하고 꼴보기 싫고 이걸 쓰면 엄마아빠한테 불효인데...(물론 효도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만한 글을 쓰겠구만 싶다.


언젠가 동생에게 이런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동생이 김영하 인터뷰 링크를 보내줬다. 인터뷰 제목이 <김영하 “소설 잘 쓰려면 엄마가 놀랄 이야기를”> 이었다. 고마워...동생아....나 잘 쓸 거 같아......

시장에서 통할 거라고 생각되는 개념들에 의지하지 말고 영혼을 쥐어짜내 글을 쓰세요. 시장은 변덕스럽죠. 영혼은 영원하고요. -제프리 A.카버


이런 구절을 읽으면 뜨끔하면서도 다행이다 싶다. 시장에서 통하기를 바라면서 시장에 통할 만한 것들을 열심히 끌어모아 갖다 붙여보지만, 그 꼴이 우습다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리고 그것들은 쥐어짜내지도 못한다. 내 것이 아니니까. 영혼은 쥐어짜내서 완결까지 쓸 수 있는 힘이라도 얻을 수 있지. 그나저나 제프리 A.카버가 누굴까. 작품을 찾아도 나오지 않고 별다른 정보가 없다. 나는 오늘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 기억해, 네가 4월 동안 몇 자를 쓰겠다고 선포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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