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노벨레> 리뷰
<꿈의 노벨레>는 서로에게 자신의 내면을 고백하고자 하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다. 고백의 의미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인물의 감정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어떨 때는 '고해성사'이고 어떨 때는 '신뢰'이며 어떨 때는 '보복'이다. 사실 나도 너처럼 다른 이를 욕망했다는 고백이, 속에서부터 입밖으로 꺼내어지는 여정이 담겨있다.
둘은 각자의 에로스를 각자의 방식으로 탐닉해간다. 남편은 현실에서, 아내는 꿈에서. 1925년에 쓰여진 소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내가 '현실에서' 에로스를 실현하기는 어려웠던 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누가 현실이고 누가 꿈인지 중요하지는 않은 듯 하다. 꿈이라고 해서 그것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꿈에서 다른 남자에게 안겨 있었다는 말을 듣고 남편은 그것이 마치 실제인 양 아내에게 증오와 복수심을 느낀다. 자신은 현실에서 직접 해놓고 말이다.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떠한 말도 빛을 잃을 것이며 거짓되고 또 비겁해 보일 것만 같았다. 그녀가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지금까지 제법 잘 전개되었던 자신의 체험들은 점점 우스개 장난 같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의 일들을 모두 파헤쳐서 끝까지 체험하고, 그러고 난 다음에 이를 모두 정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이 여자에게 복수를 하리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맹세했다. 이 여자야말로 자신의 꿈을 통해 폭로된 그대로였다. 정조도 없고, 잔혹하고, 배신행위를 밥 먹듯 하는 그런 여자였다. 이 순간만큼은 그가 이제껏 이 여자를 사랑했던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이 여자를 마음속 깊이 증오하고 있다고 믿었다.]
남편은 거리의 매춘부를 따라 그녀의 숙소를 찾아간다. 그 이끌림이 마치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스러운 듯 묘사해놓은 것이 가증스럽다. 갑작스레 등장한 옛 친구에게 '비밀스러운 가면파티'에 대해 전해듣고, 초대받지 않았음에도 새벽에 가면대여점 주인의 잠을 깨우는 열의까지 보이며 몰래 가면파티에 잠입한다. 거기서 만난 여자를 잊지 못하고, 또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매춘부를 주려고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사기도 한다. 참 부지런하다. 소설에서는 그가 돈과 시간이 넉넉하다는 점이 이러한 탐닉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당신에게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싶어."
처음에는 그녀가 만류하듯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그 손을 붙잡아 자기 손안에 꼭 쥐고서 의향을 묻듯이, 그리고 동시에 애원하듯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말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끝내 아내에게 자신이 했던 일들을 이야기 한다. 도대체 이런 고백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 걸까. 고민했다. 소설은 남편의 고백 다음 '호화찬란한 햇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여느 날과 다름 없는 하루가 시작되는 풍경으로 끝이 난다. 마지막 풍경을 몇 번 더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 부부는 자신들의 삶이 너무나 평온하고 단조로운 나머지 이런 일들이 필요했던 걸까.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이 서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열망하는 이야기다. 현실이든 꿈이든. 하지만 누군가가 '타자'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서로의 존재 때문이다. 타자를 욕망할수록 또렷해지는 것은 나 혹은 나와 동일시 되는 관계다. 이 욕망을 고백할 수 있는 대상 역시 서로밖에 없다.
고백을 마친 남편과 아내는 해소감에 젖어 있는 듯 보인다. 평온하고, 심지어 약간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부부는 현실에서의 모험 그리고 꿈속에서의 모험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것을 감사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이만큼의 일을 겪고도 함께 하는 우리'였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부라는 관계를 겪어보지 않아서인지 나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