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의 강요

by 사색의 시간

29.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어떤 모습인가요? 당신은 좋은 어른인가요? 그렇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이런 질문에 취약한 것 같아요.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를 규정하는 거.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거든요. 닥치고 있는 어른이 좋은 어른인 것 같다가도 어떤 순간에는 입을 열어야 할 때가 있을 것이고, 지갑을 잘 여는 어른이 좋은 어른인가? 싶어도 어떨 때는 과감히 지갑을 닫아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뭔가 딱 '이렇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저에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껴요.


그럼에도 답을 해보자면 "네가 이해해라"고 말하지 않는 어른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인데, 저 한 마디로 가족 모두가 커다란 상처를 입었거든요. "내가 이해할게."도 아니고 "네가 이해해라"라니. 이게 무슨 말이지? 그 말은 아직도 이해되지 못한 채 저의 마음 속 어딘가를 둥둥 떠다니고 있더군요. 이해를 강요받는 것이 그토록 괴로운 일인지도 아버지 덕분에 알게 되었고요.


그렇다면 나는 좋은 어른일까요? 아뇨. (이렇게 단박에 대답이 나오다니) 저도 사실 입 밖으로 저 말만 안했다 뿐이지 암묵적으로 똑같은 메세지를 발산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나 원래 이런 애니까 그쪽이 이해하세요. 이런 식으로요. 이해하지도 이해받지도 않는, 껍데기 뿐인 강요만이 남겨진 채로 살아가는 기분이군요.


크리스마스 주간을 저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뒤엉켜 보냈어요. 마음의 예쁘지 않은 부분을 잔뜩 보고 돌아왔네요. 휴일이 끝나가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 저는 좋은 어른은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절망에 빠질 때마다, 최대한 나 자신이 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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