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혼자 서울에 있으면 우울할 것 같아서
한라산에서 생일을 보내고 싶었다.
제주에 갔는데 생일 새벽 대설예보로 등산로가 막혔다.
게다가 비까지 왔다.
다행히 좋은 동행을 만나 비오는 제주가 우울하지 않도록
즐거운 생일을 보냈다.
고등어회는 부드러웠고 딱새우는 달콤했고
동행은 나를 위해 두 시간이나 운전을 해서
게하에 데려다주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생일 다음날도 통제상황이라 아예 코스를 바꿔
영실 쪽을 다녀왔다.
나의 첫 설산
나의 첫 한라산
눈 온 사막처럼 광활한 풍경과 눈꽃을 잔뜩 보고왔다.
2022년을 맞이하는 나에게 변화가 있다면
남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아득바득하지 않고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의지하며 살겠노라 마음 먹은 것.
전과 딱히 달라진 건 없다.
"그럼 내게 기대."라고 말 한 남자는 차버렸다.
그러면서 누군가 나를 이런 식으로 차버릴 수도 있음을
겨우 이해했다.
2017년 백수의 시간에는
홍콩과 마카오와 후쿠오카를 갔었고
타이완을 자전거로 한바퀴 돌았고
돌아와서 헬스와 밸리댄스에 입문했다.
그러다 호주로 떠나서는 시드니와 멜버른에 머물렀으며
쥐똥만큼 모은 돈은 뉴질랜드에서 다 쓰고 돌아왔다.
모두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었다.
지난 두 달동안은
노트르담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보고 (눈물)
레베카를 보고 (옥주현!)
용평스키장에서 보드를 타보고
한라산에 가보고
(인터넷으로 지겹게 보았던 김만복 김밥을 먹어보고)
속초에 가서 보리숭어회와 다른 기억 안나는 회를 먹고
아바이순대를 먹고
위스키 안주로 아귀포가 좋다는 말에 아귀포를 사왔다.
아귀포 맛있드라.
2022년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춤을 원없이 춰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