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고 싶어 내가 바꾼 것들

by 사색의 시간
184.jfif 시드니 도착하자마자 가 본 오페라 하우스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삶의 시간을 바꾸고, 환경을 바꾸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라고 했다. 그래서 바꿨다. 비자는 금방 나왔다. 비자가 나온 날짜로부터 1년 안에 호주로 입국하면 된다고 했다. 12월 안에 호주로 가면 되는 일정이었다. 처음엔 영어 공부도 좀 더 하고 준비도 잘해서 한 9월 쯤 출국해야지 생각했다. 그때면 호주 날씨로 봄이 시작되는 때이니 적절할 것 같았다. 그러나 계속 한국에서 백수로 살자니 막막했다. 자신이 없었다. 지겹기도 했고 지치기도 했다. 어서 새로운 환경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하여 5월에 호주로 가기로 했다.


5월은 호주의 겨울이 시작하는 때였다. 영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다지만 겨울은 겨울이었다. 꽤 추웠다. 한국에서는 쓰지 않았던 정기장판이 여기에서는 필수였다. 바닥 난방 장치가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전기장판과 한 몸이 되어 호주 생활을 시작했다. 워홀을 온 이십 대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렇게 어린 나이에 외국에 나와서 살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나로서는 상상이 안 갔다. 만약 내가 이십 대에 나왔다면 세상 물정도 모르고 된통 사기를 당해 탈탈 털리지 않았을까. 이십 대에 왔다면 좋았을 걸 하며 아쉬워하면서도 서른 넘어 온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해보고, 이런저런 일들도 겪어 보고, 조금이나마 스스로를 추스를 수 있을 때 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백수로 있다가 호주에 와서 육체노동을 하며 살려니 처음엔 고되고 정신이 없었다. 바쁘게 살면 잡생각 할 시간이 없구나. 백수였던 나는 여기 와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한국과 거리가 멀어져서인지 마음이 괜찮아졌다. 한국에서 해야 했던 많은 고민들과 물리적 거리감이 형성된 덕분이었다. 10대와 20대의 나를 많이 싫어했었다. 호주에 오니 그런 것들도 좀 상관 없다고 느껴졌다. 매일 생생했던 지난 과거들도 이제 멀어진 기분이었다.


인생이 바뀌었나 돌아보면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고 바뀐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돈이 없다. 여전히 집에서 뒹굴거린다. 침대에 틀어박혀 있으면 여기가 한국인지 호주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럼에도 바뀌었다고 느껴지는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나 자신에 대해 많이 너그러워 졌다는 점, 또 하나는 글쓰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한국어를 쓸 일이 거의 없으니까 한국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재미있다.


남들이 이십 대에 하는 걸 서른이 넘어서 하고 있다. 서른 넘어 처음 워킹 홀리데이를 온 덕분에, 내 인생에서 30대라는 시간이 좀 더 방황하고 좀 더 도전해봐도 괜찮은 시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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