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지갑도 쌀쌀한 금요일

춥다

by 사색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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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도착했을 때는 반팔차림이었는데 금방 쌀쌀해졌다. 쌀쌀하니 국물이 먹고 싶어서 오늘도 어김없이 중국식당에 갔다. 이럴 거면 중국에 갈 걸 그랬나 싶다. 뜨끈한 국물을 들이키고 나니 기운이 좀 났다. 종일 다섯 군데 집을 보러 다녔다.


햇살이 예뻐서 시티를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집을 구하면 밥도 해먹고 사람들도 만나고 차근차근 해 나가야지. 지금은 혼자 돌아다니면서 살 길을 찾는 시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조급해하지 말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돌아다니다보면 곳곳에 공원이 많다. 자전거 타기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전거 타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여기 사람들은 똑같은 말을 한다.

"호주는 자전거가 매우 비싸단다."

나는 한국에서 자전거를 무척 좋아했다. 벌써 자전거가 그립다. 등에 커다란 가방을 단 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자전거 여행자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버 이츠 자전거 배달꾼이었다.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전거로 배달을 많이 하는 것이 신기했다. 나도 자전거 배달꾼 일을 구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찾아보니 앱을 깔면 첫 일주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자전거 모바이크라는 것이 있었다. 나중에 한 번 타봐야겠다.


불금이라 그런지 길거리가 북적거렸다. 다른 요일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소리를 지르거나 춤추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security라고 쓰인 형광색 조끼를 입은 남자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펍 앞에 그런 남자들이 우루루 모여 있었다.


은행관련 해서는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호주로 송금을 하면 그 돈을 받는데 3-5일이 걸린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안 것이다. 비행기 타고 오는 것도 아닌데 왜 시간이 걸리지? 하면서 멍청하게 앉아 있었다. 일요일에 이사를 해야 하는데 돈은 월요일 이후에나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보증금을 줄 수 없다.


나는 돈과 관련된 업무를 최대한 미루는 습관이 있었다. 돈에 손을 대면 어떻게든 쓰게 된다고 생각해서 신용카드도 만들지 않았다. 회사 다닐 때 연말정산 폭탄을 맞은 후에야 만들었다. 스마트뱅킹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카드를 등록하면 클릭 한 번으로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세상인데 꾸역꾸역 매번 카드번호를 입력하면서 살았다. 그게 소비를 늦추는 방법이라 생각해서였다. 호주 오기 직전에야 스마트 뱅킹을 깔았는데, 이거 완전 신세계다. 왜 여태 이걸 안하고 살았던 걸까. 그러나 스마트 뱅킹을 깔고도 준비를 하지 않은 덕분에 시드니 와서 매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집을 보러 다니면서도 보증금이 없어 안절부절한다. 돈에 관련된 업무를 미루는 습관을 고쳐야겠다고 다짐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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